국세청 안원구 국장(사진)의 X파일(기록물)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그가 제기한 의혹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처음에는 고위 공무원의 비리 정도로 신문 사회면의 단신으로 등장했다. 웬걸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었다. 하나 둘 다른 의혹이 불거지더니 이제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태풍의 눈이 됐다. 자칫하면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안 국장은 자신과 관련한 내용을 신분 보장용으로 꼼꼼히 기록하고 녹취했다. 이른바 안원구의 X파일이다. 그가 구속된 이후 야당과 그의 부인을 통해 그와 관한 일이 언론에 하나 씩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관련한 내용이었으나 이제는 전.현직 대통령까지 관련한 사안으로 번졌다. 정치권도 크게 긴장한 상태다. 후폭풍의 위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한 시절 잘 나가던 TK 고위 공무원이었다. 청와대 근무도 했고 지방청장을 지냈다. 국세청 차장으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는 잘나갔다. TK출신 고위 인사들과 친분도 두텁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그동안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은밀한 내용을 언론을 통해 하나 씩 흘리고 있다. 진실게임을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안국장 측으로부터 받은 녹취록 1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의 사퇴를 강요하는 국세청 감사관과의 통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그의 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3억원을 한 국장에게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한국일보도 지난 달 27일 A4용지 13쪽 분량의 한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문건에는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위해 베트남 공장 계좌를 확보하려 했고, 베트남 쪽과 친분이 있는 안 국장에게 계좌확보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 전대통령을 겨냥한 세무조사라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월간조선 기자와 만나 취재한 내용과 국세청장과 언론사 사장과의 만남에 대한 내용도 공개했다. 민주당은 안 국장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구명 편지를 보낸 일과 편지 내용도 공개했다.
이런 안 국장의 의혹 제기에 관해 여야는 입장이 정반대다. 청와대는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폭로성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대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일개 국세청 국장의 비상식적 일탈행위, 상식을 벗어난 망상적 언동들을 여과 없이 증폭시켜서 흘리는 것은 자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 국장의 주장과 기록물은 입수해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사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여야 간 의혹제기나 부인만으로 풀릴 일이 아니다. 안 국장이 제기한 이런 의혹은 이미 국민이 주목하는 정치 쟁점이 됐다. 검찰이 이 점에 대해 언제까지나 강건너 불보듯 하기 어렵다. 앞으로 언론의 열띤 취재경쟁이 시작되면 어떤 행태로든 검찰이 개입해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다. 덮는다고 덮히지도 않고 실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이보다 더 은밀한 일도 세월이 지마면 다 드러나는 세상이다.
안 국장은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계속 의혹을 제기할 것이다. 민주당도 여기에 힘을 보탤 것이다. 이미 확보한 문건도 공개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의혹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참 미묘하고 알 수 없다. 한상률과 안원구는 한때 상하관계로 밀고 끌어주던 각별한 사이였다. 그런 사이기에 한 전청장이 3억원이란 거금을 안 국장에게 대놓고 요구할 수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사생결단의 관계로 변했다. 상대가 나를 죽이고자 하면 나도 당신을 죽여야 한다?. 인과응보인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다. 비정한 인간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