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찾아왔다. 의혹이란 단어다. '의심하여 수상히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란 의미다.
요즘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하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런 가운데 이런 저런 의혹이 춤춘다. 국세청장 그림로비와 관련한 사건이다. 일명 ‘한상률 게이트’라고 야당은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지는 의혹이 안개처럼 스물스물 피어나고 있다. 여당에서는 “범죄자의 허항된 말”이라고 일축했다. 여당은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세청 한원구 국장의 폭로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대형 비리 게이트'로 커질 조짐이다. 이미 진실게임은 시작됐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1기가바이트(GB) 분량의 `안원구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 자료엔 국세청 고위간부가 청와대 고위층을 거론하며 안 국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민감한 내용의 대화가 들어 있다.
민주당은 공개된 자료 외에 안 국장 등으로부터 입수한 소설책 한권 분량의 문서자료(1기가바이트 분량)와 음성파일(3기가바이트)을 더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은 30일 안 국장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구명 로비 편지를 공개했다. 의혹 그림자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그동안 나온 의혹은 고가 그림 강매로 시작된 사건이 시발이다. 그런데 이것이 국세청장 유임로비와 관련한 뇌물거래, 안 국장 사퇴압력과 권력 개입, 최고위층의 도곡당 땅에 대한 해묵은 의혹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보도와 관련해 우력 언론사 사장과 국세청장의 만남 폭로가 뒤따랐다. 의혹이 제기된 후 파악해 보니 만남은 사실이었다.
국민은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모른다. 국민은 긴실게임의 중간에 서 있다. 다만 안 국장의 말이 차츰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의혹이 있다면 이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 열쇠를 쥔 검찰은 고심이 클 것이다. 안 국장의 의혹 제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고위층이다.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이다. 이를 명명백백하게 조사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검찰이 시간을 끌거나 아니면 명분을 찾아 이 문제에 대해 못본척 고개를 돌릴 수 있다. 아니면 면피식으로 수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훗날 결과는 자명하다. 검찰에게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나중에 두더지게임처럼 이 의혹이 다시 불거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호미를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될 것이다.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자 길지도 모른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란 소리를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
세상에 진실은 묻을 수 없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엄청난 비자금이 드러난 것은 그들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의 온갖 정치 비화가 그들이 물러남과 동시에 하나 씩 양파 껍짓 벗듯 베일을 벗었다. 역사의 증언이다.
살아 있는 권력일 때는 감히 그 누구도 그들의 그림자조차 밟기를 꺼려했다. 권력의 속성이란 그랬다. 어떻게 보면 치사하고 법의 정의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 있다. '유권 무죄요 무권 유죄'라는 밀이 헛말이 아니다. 안 국장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나 거론 당사자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부인하지만 정황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수석. 장관, 청와대비서실장을 지내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법사위에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후 권력에 의해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이다.
그는 "대개 보면 집권 1~2년에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검찰이 꼬불쳐 놓고, 2~3년차가 되면 여당 사람부터 하나씩 잡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친인척 잡고 정권이 끝나서 죽은 권력이 되면 실세 모두를 다 잡아 넣더라"고 말했다 . 언중유골이다.
의혹은 그대로 놔두면 눈덩이 처럼 불어난다. 발없는 말이 천리가는 법이다. 이 문제는 검찰이 사생결단의 자세로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살고 이 세상의 정의가 사는 일이다. 안 그러면 나중에 정국의 뇌관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쓴 산문잡에서 이런 성현 경구를 인용했다.
"하늘 그물이 성긴 것 같지만 아무도 빠져 나갈 수 없다"
역사는 진실의 편이고 그 평가는 냉혹하다. 검찰은 의혹이 있다면 그 그림자를 규명해야 한다. 이런 비정상의 권력로비가 두번 다시 없기 위해서고 올곧은 법치를 위해서도 꼭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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