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정관용의 '소통 3원칙'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09. 11. 23. 16:17

본문

 인간이란 참 묘하다. 인간의 입은 한 개고 눈과 귀는 두 개씩이다. 그것은 많이 보고 많이 듣되 말은 절반으로 줄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실제 그런 의미로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해석에 나는 100% 동의한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사람들은 한결 같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그리고 남보다 더 많이 말 하려고 아우성이다. 코메디 프로에 등장하는 ‘봉숭아 학당’의 아이들 못지 않다.

너도 나도 '저요 저요'하며 목청 높여 발언하려고 안달이다.  현실이 이러니 말이 많은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다. 나라라고 다를 바가 없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찬반을 구분한다. 패널들을 찬반으로 나눴으니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빤한 이치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의 평가는 국민이 할 일이다.

 

우리 방송계에서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진행자라면 단연 두 사람을 들 수 있다. MBC에서 목요일 밤'100분 토론'을 진행했던 손석희 교수와 KBS에서 토요일 밤 '심야토론'을 진행했던 정관용 씨(사진)다.

 

이들은 소통의 중재자다.  두 사람은 토론프로그램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하고 균형잡힌 진행으로 ‘시사토론의 교과서’란 찬사를  받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은 숱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말에 관한한 천하에 내로라 하는 이론가나 학자, 정치인, 관계, 산업계 인사들을 불러 놓고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시사토론이 그리 호락호락할리가 없다. 시작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지뢰밭은 걷는 기분일 게다.  실제 그들은 방송을 위해 방송사에서 밤을 지샌 날이 많았다고 한다.   

 정관용 씨는 12년간이나 방송을 하다가 지난해 11월말에 방송을 그만 두었다.물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다. 하차 명분은 고액 출연료였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가 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통하기는 커녕 상대를 소탕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했다.  시사토론을 보면 패널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았다.
 

정관용 씨는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권부(청와대)에도 몸담았고 정치권과 연구소를 거쳤다. 그리고 방송계에 들어와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긴장하고 준비해야 하는 생방송으로 꼬박 12년을 보냈다. 대단한 기록이다. 그가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실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미치지 않는한 이런 기록을 남기기 어렵다. 첫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기란 정말 힘들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스레 나왔겠는가. 

 

그의 진행은 공정하고 간결하다. 군두더기가 거의 없다. 상대에게 핵심을 묻고 그가 핵심만 말하게 만들었다. 시청자의 편에 선 것이다. 그자신 토론과 소통의 중간자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가 최근 ‘나는 당신의 말한 권리를 지지한다’(위즈덤하우스) 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 책속에 그가 말하는 소통의 해법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는 99년에도 ‘우울한 세상과의 따뜻한 대화’라는 책을 낸바 있다.

 

그가 소통의 세가지 원칙을 말했다. 자신의  시사토론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칙이다.

 

“ 첫째는 상호 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상호 공존의 현실 인정, 둘째는 강경파와 과격파를 무시하고 온건파와 전문가가 중심에 서서 정책 중심의 토론문화 만들어 가기,  마지막은 빨리 결론을 내리려 서두르지 말고 세심한 준비를 거쳐 절차와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다.”

 

요즘 같은 소통부재 시대에 그의 소통 3원칙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지

기대해 본다.  특히 정치인과 정치인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이 소통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지 않겠는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