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정권은 달라도 아이러니하게도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닮은 점은 전,현직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사업의 후속 모델이란 점이 닮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이전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현직 대통령이 공약한 첫 사업은 국민과 정치권의 치열한 찬반 논란 끝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대신 후속 사업으로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이 등장했다.
세종시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을 통해 행정수도이전과 분리를 추진했다. 엄청난 정치 쟁점이 됐고 우여곡절 끝에 그해 10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위헌 판정을 받았다. 노 정부는 대안으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안을 진통 끝에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여야간 치열한 논쟁을 벌었고 국민도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그럼에도 세종시 건설은 형식과 절차는 국민동의를 얻었고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당선 후 국민 다수의 반대에 밀려 이를 포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운하 사업을 임기 중에 추진하게 않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4대강 사업을 핵심으로 들고 나왔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이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처음 공약을 접어야 했고 후속 사업을 내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야 간 국민 간 찬반 논란이 극심한 점도 닮은 꼴이다.
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규모 또한 엄청나다. 세종시는 22억5,000억원인데 이중 5조 3,700억원이 투입됐다. 4대강 사업비는 지난 6월 발표한 수질대책까지 포함해 22조 2000억원이다.
하지만 두 사업은 다른 점이 있다. 먼저 사업 추진의 절차와 방식이 다르다. 노 전대통령은 세종시에 관해 나름대로 절차의 정당성과 여야 간 합의를 이끌어내 특별법을 만들었다. 법적인 근거를 확실히 만든 것이다. 자신의 임기 후인 2030년까지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고 주민 입주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률가다운 노대통령의 처리 방식이다. 야당과의 합의도 이끌어냈다.
반면 현 정부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대안이나 비전, 당정협의 등도 없이 불쑥 들고 나왔다. 사전에 치밀한 전략이 없었다. 여당내에서도 세종시 문제 제기의 미숙함을 질타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일을 밀어붙이다보니 또 다른 쟁점이 등장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 평가와 문화재, 수질예측조사 등이 미흡했다는 야당과 환경단체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4대강 사업 예산의 세부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 가득이나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야당이 이를 빌미로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정무적 판단은 제로다. 야당한데 반대 명분을 주고 오히려 분란을 키운 셈이다.
4대강 사업은 무모할 정도로 속전속결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엿볼수 있다. 이 사업이 다음 정부로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전면 수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이 정부는 무리를 해서라도 대통령 임기안에 끝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가 너무 서둘다보니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을 세종시로 내려 가도록 너무 몰아 부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에 이전 대상으로 거명되는 기업들은 “정부 방침을 보고 검토할 사안”이라며 한 발 뺀다.
정운찬 총리는 18일 한 모임에 참석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견기업이 오겠다며 90-95% 마음을 굳히고 있다”고 말했지만 기업들이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일부라도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정 총리가 기업 유치를 위해 팔을 걷이 붙이고 나섰지만 그가 해야할 국정 현안은 다른 것도 많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은 이처럼 닮은 점과 다른 점이 공존하고 있다. 미워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맞는가. 이래 저래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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