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2일 ‘2040년 과학기술 미래비전’을 처음 공개했다고 한다. 이 안은 교과부가 지난 5월 제1차 과학기술 미래비전 기획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마련했고 국과위에 상정해 최종 정책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은 확정된 안은 아니다.
그 내용은 에너지, 신소재, 첨단의료서비스, 유비쿼터스 컴퓨팅, 로봇 등을 핵심기술로 삼아 2040년 국민소득 8만1000달러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25개 실천과제를 도출해 미래기술 252개에 대한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 자체는 바람직하다. 과학기술이 선진국의 잣대가 되는 만큼 미래 국가 발전동력이 과학기술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할 핵심기술을 배치해 이른바 과학기술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타당하다. 과기부 고위관계자는 “이 안은 과학기술의 근간으로 한 전체적인 사회 변화와 발전 뱡향을 반영한 미래 비전”이라며 “다양한 의견 검토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다. 이 안은 2040년까지의 로드맵이다. 이 정부 임기 안의 정책도 아니다. 현행 제도대로 라면 대통령이 6명이 바뀐다. 새 정부가 들어설 적 마다 정부조직은 칼바람에 시달린다. 작은 정부건 실용 정부건 대통령의 정책의지에 따라 정부 조직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
IT강국의 주부부서인 정보통신부는 12년 만에 간판을 내렸다. 그래서 IT정책이 실종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노무현 정권에서 중점 추진을 약속했던 정책들이 이미 유야무야 된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를 보라. 특별법으로 만들고 예산의 24%를 투입했는데도 수정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과학기술부도 노무현 정부 때는 부총리가 지휘했다. 부총리가 과학기술 전반을 총괄했다. 지금은 교육과 과학을 통합한 부처로 변했다. 다음 정부에서 정부 조직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교과부 생존조차 알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2040년 까지의 로드맵이 얼마나 관심을 끌지는 미지수다.
둘째는 설령 부처가 존재한다 해도 지금 그 정책을 다음 정부나 장관이 승계할지도 의문이다. 이제까자의 경험으로 보면 대부분 새 정부가 들어서거나 장관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다. 자신의 컬러를 담은 정책을 입안하고 밀어 부쳤다. 자신의 장관 재임중에 하나라도 성과를 하나 남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세 번째는 지금 거론한 기술은 교과부가 아닌 다른 부처 소관이 많다. 이를 교과부가 무슨 수로 국민소득 8만달러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 통합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부처간 가장 무서운 것이 영역다툼이다. 남의 영역을 언급하면 부처 간 대립과 갈등이 발생한다. 역대 정부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게 부처영역 조정이었다. 대통령이 나서야 조정이 가능했다.
넷째는 기술 변화다. 하루가 다른 게 기술이다. 지금 첨단이며 신성장동력이라고 선택한 것이 미래 어떻게 될지는 조물주라도 장담하지 못한다.
더욱이 이런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데 예산 뒷받침은 절대 필요하다. 예산이나 정책적 지원없이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오늘날 TDX나 CDMA 개발사업은 당시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과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교과부가 이 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고민없이 이런 안을 만든다면 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요 시간 낭비다. 만약 이 안대로라면 코메디다.
이명박 대통령이 30년 후까지의 정책구상을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라. 그게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교과부도 현재 실현할 수 있는 이공계 공직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 등의 방안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이 하나 둘이 아닌데 2040년까지 구상을 말하는 정책이 국민의 가슴에 와 닿겠는가. 교과부가 아무리 진정성을 갖고 30년 후까지의 미래비전을 제시해 본들 설득력이 없고 실현 가능성도 제로다.
공직사회의 속성을 아는 사람은 이 미래 비전을 믿지 않는다. 자칫하면 학자출신 교과부 장관의 한계라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정말 공허한 미래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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