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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사주 고 장기영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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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2013. 6. 2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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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신문의 모습이 그립다. 잘 나가던 시절 한국일보는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한국언론사에 족적을 남긴 한국일보가 사주의 잘못으로 바람 앞의 등불신세다. 어쩌다 한국일보가 이 지경이 됐는지 한국일보의 미래가 걱정이다.

 

한국일보 사주가 한국일보를 사회 공기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대응은 거침이 없다. 편집국을 페쇄한 후 닷새째 비상 신문제작을 하고 있다. 기자들도 편집국에서 내보냈다. 신문 제작도 비 정상이다. 통신으로 신문을 제작한다. 기자가 없으니 도리가 없다. 10여명의 간부들이 짜깁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질이나 내용이 다른 신문에 비해 빈약하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신문을 제작할 수 있나. 이런 식이면 당장 독자들이 등을 돌린다. 독자 없는 신문이 살 길은 없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18일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논설위원들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논설위원들은 부장급 이상 언론계 경력 20년 이상자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이들이 “도저히 신문으로 부를 수 없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종이뭉치”라고 규정했다.

 

한국일보 사주는 이 성명에도 강력 대응했다. 기자의 마지막 정점인 주필을 평 논설위원으로 강등 시켰다. 관두라는 것이나 같다. 대신 퇴직했던 이를 주필로 발령냈다.

 

강대 강식 대응으로 사태는 더 꼬인다. 기자들은 지신들이 출입했던 기관앞에서 사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한때 ‘기자 사관학교’로 불리며 잘 나갔다. 기자채용에 학력제한을 두지 않았다.인재들이 몰려 ‘양산박’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사태는 사주 책임이 가장 크다. 신문사는 편집과 경영을 분리한다. 편집권 독립을 보장한다. 사회의 공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한국일보 노조가 사주인 장재구 회장을 200억원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 회장이 보복 인사를 단행하면서 노사갈등이 시작됐다. 창업주인 장기영씨가 숨진 뒤 2세들이 경영권 다툼과 방만한 경영이 불러온 결과다.

 

한국일보 창업주인 장기영 사장이 생존해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감히 그런 생각 자체가 장 사주에 대한 배신이며 모욕이다. 

 

장 사장’보다는 ‘장기자’, ’왕초‘로 불릴 정도로 장기영 사장은 신문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언론관, 확고한 철학, 경영관 등으로 한국 언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금도 원로 언론인들은 그를 추모하며 그 시절을 회고한다. 그에 대한 일화는 부지기수다. 그런 그의 열정이 있었기에 한국일보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국내 4대지로 우뚝 섰다.

 

기영 사장은 생존시 언론에 관한 숱한 어록을 남겼다.  

 

장 사장은‘사설은 쉽게 써야 한다. 사설 제목은 시와 같아야 한다.’ 뛰면서 생각하라' '열의에 찬 행동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절망의 길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꿈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지 않은가.'‘아이디어가 없는 인간은 木石(목석)과 같다’ ‘신문기자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시와 그림이 가득 찬 신문, 이것이 미래의 신문이다’등이다.

 

한국일보 장 회장은 이제 결단해야 한다. 언론의 가장 큰 자산을 기자들이다. 기자없이 한국일보가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장 회장은 기지들과 가슴을 터놓고 대화를 통해 얽힌 문제를 통크게 풀던지 아니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게 선친 장기영 선생의 명예를 지키고 한국일보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아래 글은 장기영 사장이 별세했을 때 그를 추모하며 쓴 시인 서정주 선생의 시다.

장 회장이 꼭 읽어야 할 시다.

 

곡(哭) 장기영 선생/ 서정주 

 

1954년

 

한국일보 창간 직후의 어느 날

한국일보사엘 들렀더니

소사 차림의 한 사내가

 

너무나 열심히 실내 청소를 하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시무룩히 미소해 보여서

 "참 충실한 소사지?"

 

내가 어느 기자에게 물으니

 "아니다. 그가 장기영 사장이다"고 했다.

어찌 소사 노릇뿐이리오.

 

소사요 급사요 기자요 사장으로서

그의 심장의 피는 뛰고 뛰고 또 뛰고 있을 뿐이었다.

백상이라는 그의 아호는 딱 들어맞는 것이다.

 

사람들이 한 가지로만 생각하고 사는 일을

그는 늘 백 가지로 생각하고

백 가지로 실천하고 살으셨으니까......

 

그리하여 그의 이 백상백천의 심장은

한 신문사의 틀을 넘어 벗어나서

이 나라의 체육을 세계에 앙양하는 길로,

 

이 나라의 정치를 바로 이끄는 길로,

언제나 그 맨 앞에 달려가서

똑딱 똑딱 똑딱 뛰고만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그의 육신의 죽음을

나는 죽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 백 갑절로 뛰고 있던 이 심장이

 

가시적으로 똑딱 똑딱 열심히 뛰고 있다가

저 하늘과 영원 속으로

범위를 아주 넓혀 옮겨 들어선 것으로만 본다.

 

이 나라에 정신과 성의가 있는 날 까지는

이 나라에 육체가 있는 날까지는

이 나라에 애국애족심이 있는 날 까지는

 

그의 심장의 고동은

언제나 그 어디에 들어박혀

백 갑절로 열심히 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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