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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회장의 선택은?

과기정통. ICT. 국방

by 문성 2013. 10. 3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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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을 가진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게 염량세태다.

앉았던 자리의 명패가 갈리는 순간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한다.

 

당장 우편물이 줄어들고 불이나듯 울리던 면담 전화가 뚝 끊어진다. 이건 장관이나 국회의원, 대기업 회장이나 마찬가지다. 앞에서 측근으로 행세하던 이들은 뒤로 숨기 바쁘고 불리한 일은 모든 물러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석채 KT 회장(사진)의 10월 29일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자신사퇴할 것이다" "아니다 정면 돌파할 것인다"의 두 갈래다. 이 회장도 거취를 결정 못했을 게다.

 

KT는 검찰의 압수수색과 청와대의 사퇴 압박, 해외 비자금 논란에다 KT가 보유중인 무궁화위성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10월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면 돌파란 단어를 모른다"면서도 "내 할 일 할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 심겠다는 그런 것이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거대 쓰나미를 어찌 돌파하겠나"라면서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내 나이쯤 되면 무슨 사심이 있겠나. 거취는 내가 판단할 문제 아니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을 놓고 일부 언론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민 여론이 KT에게 유리한 쪽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청와대가 민영화한 KT의 최고 수장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고 월권이며 KT의 경영에도 좋지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나는 정면 돌파란 단어를 모른다. 거대 쓰나미(퇴진 압박)를 어찌 돌파하겠나"라고 한 점을 들어 자진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실적으로 이 회장은 이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거대 권력과 맞서 자신의 결백을 입장하거나 아니면 물러나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그가 권력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김영삼 정부시절 PCS허가 특혜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은 그가 모그룹에서 목돈을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실제 그는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 그가 해외 비자금 보도에 "KT는 1급수"라고 한 것도 그가  개인적 비리와 무관함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 회장을 아는 이들도 '그의 개인적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면 돌파할 것이란 분석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시민단체와 여당 국회의원이 제기한 '방만 경영과 독선'이라는 여론이 높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은 대거 고문으로 영입한 점, 3000여명의 퇴직,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인상, 통신 사업과 무관한 종합편성채널 투자, 친인척 사업 연관 등이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경영실적 부진이다. 지난 6월 연결기준 KT의 영업이익은 7156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65억원보다 32%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임원 보수는 인상했고 낙하산 고문은 대거 영입했다.

 

이 회장의 거치는 전적으로 그의 결심에 달렸다. 만약 그가 자신한테 쏠린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 사퇴를 정면 돌파하겠다면 그건 그한테는 엄청난 인생의 승부수다.  

 

그 결과는 비관적이다. 그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다면 각종 의혹을 말끔히 털고 새로운 CEO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보다 그는 검찰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지 모른다. 

 

한 때 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실세였고 이후 구속돼 검찰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까. 그가 코너에 몰리면 "회장님 회장님"하던 측근도 자취를 감춘다. 순전히 그 자신만 홀로 남는다. 검찰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의 결단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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