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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 '대선비망록' 놓고 진실공방

이현덕의 책마당

by 문성 2013. 11. 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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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생물이다. 그래서 어제의 일이 아름답다고 오늘 아름다운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게 정치판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1년전만 해도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나 다름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야권 단일화를 이뤘으나 뒤끝이 좋지 않았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말뿐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두 사람은 각각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단일화였다면 두 사람은 행동을 통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은 민주당으로, 안철수는 무소속으로 갈라 섰다. 양측은 언젠가는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며 가능하면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깨질 위기에 놓였다. 책 한권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한 대선과정의 일을 놓고 양측의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책 내용에 대한 안철수측의 해명은 서로 다르다. 둘 중 누군가는 거짓이다. 

 

단초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1일 펴낸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설’이란 책 내용이 제공했다. 

 

홍의원은 대선당시 문재인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이 책은 1부 당내경선, 2부 후보단일화, 3부 대선평가, 부록으로 구성했다.

 

홍 의원은 2부에서 정치개혁의 동상이몽, 실패한 단일화, 단잉화 협상의 암초들, 왜 안철수는 사퇴했을까 등을 다뤘다.

 

이 중 안 의원이 대선 당시 후보직을 사퇴한 뒤 문 의원을 돕는 조건으로 신당 창당과 당의 전권을 요구했다는 등의 주장을 담았다. 또 “‘안철수는 이미 국민 마음속에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내용을 문 후보가 직접 발표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금태섭 변호사는 이에 대해 트위터에서 “이 사람들(친노무현계)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구나. 이제 좀 지겹다”며 “아예 출마를 포기하고 양보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원망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도 했다.

 

책 내용을 보면, 지난해 12월2일께 안 후보 쪽 캠프에서 공동 선거운동을 위한 사전 협의안의 하나로 문 후보 쪽에 보낸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실렸다. “안 전 후보는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우리나라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문재인·안철수가 새로운 정치 공동 선언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면 완전히 새로운 정당의 설립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새로운 정치 정당 쇄신의 전권을 갖고 정치 개혁을 앞장서 추진토록 하겠습니다.” 문 후보 쪽 캠프는 ‘미래 대통령’ 언급뿐 아니라, 합의되지 못한 정당 개혁 과제가 언급돼 있는 점에 반발해 다른 협의문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의 출판 의도가 어디 있건 협상 내용은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만큼 진실공방이 불가피하다. 일부 비판측은 홍 의원에 대해 정치 도의상 비밀로 묻어야 할 일을 1년도 안된 마당에 공개했다고 비난한다. 특히 여당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금 그런 내용을 밝혀 여당만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신당 창당을 서두르는 안 의원측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반대로 긍정론자도있다. 진실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로 안철수는 다시 한번 정치판의 비정함을 절감할 것이다. 적과 동지가 공존하는 게 정치판이다. 그가 대중 정치인으로 대성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유행이다. 별 내용도 없고 그나마 일부 의원은 대필작가를 내세워 출판한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정치자금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한마디로 마음놓고 한몫 챙길 수 있는 자금줄이다. 이런 출판기념회는 민폐다. 규제를 받도록 하거나 아니면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회고록과 관련해 신현확 전 국무총리는 소신이 확고했다. 그는 10.26과 12.12사태 당시 최규하 대통령과 사태를 논의한 증언자였다. 그에게 주위에서 회고록 집필을 건의했지만 한마디로 거절했다.“ 대를 이어 원수가 될 수 있다‘는게 이유였다.

 

홍 의원의 이번 폭로내용이 앞으로 문재인과 안철수의 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이 세상에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홍 의원에 대응해 안 의원측 누군가가 묻었던 대선 비망록을 꺼내들고 문재인을 향해 진실공방의 불씨를 다시 지필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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