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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가족 하루 여행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15. 8. 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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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기존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만남이자  삶의 소중한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올들어  가족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막바지 여름고개를 넘는 지난 22일 토요일 강원도 춘천으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언제나 그렇듯이 큰 애가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 전 온 가족이 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작은 애가 남북긴장상태에 따라 회사 비상대기령이 내리는 바람에 동행하지 못했다참고로 둘째는 직업이 기자다.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본인이 회사 지시를 따라야 한다니 도리가 없었다.

 

오전 9시경 집을 나서 춘천으로 달렸다.  하늘은 파랗게 개였다.  혹시나 했더니  남양주 덕소부터 길이 막혔다외부 집입로가 있는 길목마다 교통체증이 심했다.   집입로 까지 3차선이면 앞 길도 3차선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앞길은  2차선이다길이 막힐 수 밖에 없는 구조다탁상행정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현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날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그로인한 경제적 낭비도 막대할 것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12시 경 춘천시내로 들어갔다춘천이라면 먼저 생각나는 게 향토음식인 닭갈비와 막국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지난해 여름 휴가를 맞아 강원도 속초로 가족여행가다 들린 닭갈비집을 찾아갔다.

아내의 길눈쌀미는 대단했다.  지난해 갔던 길을 쪽집게 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춘천원조 숯불닭갈비집인데 온통 음식점마다 원조를 상호 앞에 붙였다.  모두 원조라고 하니 진짜 원조집은 어딘지 궁금했다.

 

우리가 들린  집은 닭갈비를 숯불에 구워 내 왔다.  뼈를 다 발라 살코기만 숯불에 구워 내오는 관계로 손님이 연기를 맡으며 고기를 굽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고기가 연했고  파무침과 먹는 맛이 일품이다.  100% 국내산이며 전국 어느곳이건 주문을 하면 택배로 보내준다고 했다.  닭갈비 3인분에 쟁반 막국수를 하나 시켜 먹었다.

 

춘천인근은 관광지가 많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봄봄’‘소나기’‘동백꽃의 작가로 향토색 짙은 작품을 발표한 김유정 문학관에 갈까 잠시 망설였다.  아내가 싫다고 해  춘천시 동면 구봉산 중턱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트랑 산토리니로 갔다.  나와 아내는 전혀 생소한 음식점이다.  큰 애는 잘 알고 있었다.  아내가  "너 우리 몰래 여자 친구와 이곳에 오지 않았느냐"고 놀렸다.  이곳은 커피 거리였다. 도로가에 대형 음식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산토리가 가장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주차장은 만원이다.  마침 주차했던 차 한대가  나가는 바람에 운 좋게 그 자리에 주자했다.  1층은 카페, 2층은 레소토랑, 3층은 펜션이다. 1층 잔디밭 앞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종탑이 서 있었다그 앞에서 보니 춘천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종탑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1층 빈자리를 찾아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요즘은 레스트랑도 대형으로 각종 시설을 최고급으로 해야 사람들이 몰린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바로 옆에 대형 건물이 보였다큰 아이가 "저 건물이 네이버 데이터센터" 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김상헌 NHN대표가 모임에서 데이턴센터 준공 이야기를 한 게 생각났다그때 김 대표가 "혹 춘천에 올 기회가 있으면 미리 연락하면 견학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사진만 찍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 규모가 엄청났다. 지하 3, 지상 2층 규모의 관리동인 본관 1개 동과 지하2, 지상 3층의 서버관 3개 동 등 모두 4개 동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였다.

 

네이버 이용자들은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초당 4000회 이상의 검색어를 입력해 정보를 찾을 수 있고 N드라이브의 경우 매일 2000만개 이상의 사진을 업로드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 이용자가 생성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국보급 유물과 미술 작품, 옛날 신문 등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한다. 이곳에는 연구소와 연수원도 함께 있었다.   그냥 그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곳을 나와 소양강댐으로 갔다. 소양강댐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다목적댐이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로 갈 수 있고 호수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20여 년 전 춘천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고  일행과 청평사를 찾은 적이 있다.  청평사는 고려시대 사찰인데 선착장에서 내려 한참 걸어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소양강댐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아래로 내려가 댐을 구경했다가뭄이어서 얼핏봐도 수위가 내려갔다소양강댐에서 우리가 즐겨 부르던 대중가요 소양강 처녀노래가 흘러 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 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소양강을 뒤로 하고 조금 이른 시간에 집으로 향했다. 혹시 이곳에 올 때처럼 길이 막히지 않을까해서다. 올때는 가평과 포천을 통과해 돌아왔다. 큰 애는 내가 심심할 까봐 중간에 엽전열닷냥 같은 트로트를 들려줬다. 아내는 "구닥다리 흘러간 노래만 듣는다"며 불평을 하지만 그냥 하는 소리같았다.

 

출발부터 집에 올 때까지 큰 애가 운전을 했다.  다소 과속을 해서 내심 걱정했지만 안전 운전을 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운전을 해서 큰 애는 힘이 들었을  게다.  둘째가 같이 같으면 교대로 운전했을 텐데.  

 

집에 왔더니 둘째는 여전히 비상 대기중이었다. 결국 회사에서 비상호출은 없었다.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해서 그런디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은 상큼했다.  아쉬운 점은 둘째가 가지 못해 반쪽 가족연행을 했다는 점이다.    올 가을에 다시 가족여행을 떠나야 겠다.   하루 여행이지만 우리 가족 추억이 하나 더 늘어났다.  먼 훗날 아름다운 추억이 될터이니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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