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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3박4일 베트남 '하롱베이'<2>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16. 9. 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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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가족여행<2>

 

"공항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내부가 깨끗하네."

 

첫 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그동안 편견에 자로 잡혔나 보다. 베트남은 예전 베트남이 아닌 걸 깜박 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지 4시간 여만에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정식 명칭은 노이바이 국제공항(사진). 현지 시간 8시경.   인천 국제공항보다는 작았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현대식이었다.  

 

 

입국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입국장에서 여권을 내밀자 얼굴을 한 번 '쓱' 훍어보고 곧장 입국 도장을 '꽝' 찍어주었다. 수화물을 찾아 가이드 미팅 장소로 나왔다. 하나투어 현지 가이드인 '아잉(김 반장이 알려준 이름)'이 입구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렸다.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14일간 무비자 입국이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두 나라 사이가 좋다는 의미다. 정치판에서 나도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게 국제 사회에서도 빈말이 아니다. 실제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를 엄청한다.

 

공항 청사를 나서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훅'하고 밀려왔다. 이게 열대성 기후로구나.

청사 앞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삼성 광고판이다. 마치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최대 생산 기지다. 삼성은 베트남에 십 수주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시내에서는 LG광고판을 봤다. 이런 가 한국의 국력이 아닌가. 

 

짐을 찾아 출국장을 나서자 대기하던 버스에 올랐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사이공시내로 향했다. 사이공시내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한국인 가이드는 하나투어소속 김상인 부장이다. 그는 자기소개를 하며 김 반장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김 반장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1년쯤 하다 이곳으로 왔다. 이곳에는 친형이 현대중공업 주재원으로 근무중이라고 했다. 가이드 경력은 12. 고참이다.  

 

하노이 시내로 가는 도중에 홍강을 지났다. 홍강은 물이 흙탕물이다. 그래서 붉은 강인가. 길이는 1400Km. 어둠속이라 홍강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잘 아는 것처럼 베트남 날씨는 변덕이 죽끓 듯 한다. 열대성 기후 특유의 무더위가 기승이다. 후텁지근한 높은 습도로 얼굴이 후근후근했다. 하늘이 파랗다가도 어느 순간 먹구를이 몰려와 장대같은 비를 퍼부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공항에서 숙소인 하노이 호텔로 가는 도중에 난데없이 폭우가 쏟아졌다. “, 하는 순간에 도로가 물에 고였다. 흔히 TV에서 보듯 도로가 물에 잠기자 오가던 승용차들이 멈춰섰다. 버스와 승용차, 오트바이가 뒤엉켜 오도가도 못했다. 차가 움직이면 고인 빗물이 파도치듯 일렁였다. 버스 승강대까지 물에 잠겼다. 버스 짐칸에 실은 가방에 물이 스며들까봐 여행객들의 가방을 꺼내 버스 안으로 옮겼다. 현지 가이드들은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만약 한국에서 도심이 이 정도 물에 잠겼다면 난리가 났을 거다. 모든 행정력을 총 동원해 빗물이 빠지도록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노이 시민들이나 버스기사조차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이 느긋했다. 기다리다 차가 약간 전진하면 그 사이로 오트바이를 탄 사람들이 곡예를 하듯 빠져 나갔다그렇게 길이 막히고 차와 오트바이가 뒤죽박죽인데도 누구하나 조급해 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버스는 옆에 차량이 있을 때 지나가면서 어김없이 클래션을 눌렀다. “내가 지나가니 안전 운전하라는 신호인 듯했다.

 

베트남에서 제한 속도는 시속 60Km.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거북이 걸음이지만 그곳은 그게 기준이다. 베트남은 오트바이 천국이다. 하노이에 자동차는 50만대라고 한다. 반면 오트바이는 700만대. 빈부격차가 심해 고급 외제 승용차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이를테면 벤처를 비롯해 렉서스 등이다. 이들은 오트바이와 접촉사고가 나도 그냥 간다고 한다. 오트바이 주인과 다퉈봐야 보상받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가 오트바이를 피해 다닌다. 한국에서 국산 자동차들이 고급 외제차를 피해 다닌다.  혹여 접촉사고라도 나면 소형차의 경우 차값보다 수리비가 더 나올 수 있다.  아예 저만큼 떨어져 다닌다.  이곳은 우리와 정반대 현상이다. 사고나면 자기손해니 자동차들이 방어 운행을 하는 셈이다. 이곳은 찻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한국산 기아소형차 모닝이 이곳에서 2,300만원 정도다. 크건 작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은 부유층에 속한다.

 

하노이는 호반의 도시다. 강원도 춘천시와 같다. 하지만 춘천과 비교할 수 없다. 하노이 시내 호수가 300개에 달한다. 시내를 달리다 보면 여기 저기에 호수가 보인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게중에는 웃옷을 벗은 이도 보였다. 일행 중 누군가 말했다. "저 사람은 가죽 옷을 입고 있네". 웃음이 터졌다. 

 

김 반장이 주의할 점을 말했다. 식당에서 주는 물은 가능한 마시지 말라고 했다. 그 대신 하나투어에서 생수를 마시라고 했다. 여행기간내내 버스안에 시원한 생수를 준비해 놓고 일행들이 그걸 마시게 했다. 호텔에서는 병마개가 닫힌 미네랄 물을 제공했다. 객실에 물 두 병을 제공했는데 객실 냉장고안에 있는 물을 더 마실 경우 별도로 계산했다.

 

 

호텔에 도착해 숙소를 배정받았다. 숙소는 멜리아 하노이호텔(사진). 5성급이라고 했다. 21실이다. 아내와 나. 그리고 두 아들 방 하나씩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한국은 호텔에서 가는 층 호수를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열리거나 닫힌다. 멜리아 호텔은그게 아니다.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 카드를 층수를 표시한 아래에 넣었다 빼야 작동한다. 처음에는 이런 걸 몰랐다.

 

나도 해외 출장을 다녀왔지만 이런 경험을 처음이다. 나보다 해외 여행 경험이 많고 베트남을 다녀온 큰 아이가 카드를 넣고 해당 층수로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호텔 방은 깨끗했다.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눕자 긴장과 피로감, 기대감속에 금새 잠에 빠졌다.  하노이 가족여행 첫날 일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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