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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주리반타가

암자일기

by 문성 2009. 12. 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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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많이 해 아는 게 많아야 큰 스님이 되는가.

지금 불교계에서 추앙받는 큰 스님들은 모두 박사 학위를 받았는가.  배움이 짧아 출가의 꿈을 접고 길상암을 내려가 중년 행자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이런 자문을 해본다. 
만약 그가 지식의 고비를 넘기고 절에 남아 수행자의 길을 갔다면 누구못지 않게 성실해 올바른 승려의 길을 가지 않았을까.

일자무식이라도 출가해 불교사에 이정표를 남긴 큰 스님이 많다. 그 중년 행자가 만약 이런 사실을 알았다라면 길상암을 내려가지 않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처님 제자중에  주리반타가라는 스님이 있다.

아미타경에 사리불과 가섭 등과 같이 등장하는 스님이다. 그는 바보중의 바보였다고 한다.  건망증 환자처럼 무슨 말이든 듣고 돌아서면 금새 잊어버렸다. 천하의 바보라며 손가락질 받던 그도 나중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의 법을 이었다.

 
이 스님에 관한 이야기다.
  스님한테는 형이 있었다. 형의 이름은 마하반타가이고 동생이 바보 주리반타가였다. 생활에 지친 두 형제는 부처님께 귀의하기로 마음먹고 부처님이 기거하신던 기원정사로 갔다.

  "저희는 형제인데 부처님  제자가 되고자 합니다“

 부처님의 허락을 받은 형제는 그날부터 기원정사에서 생활했다.

 형 마하반타가는 머리가 명석한데다 열심히 공부해 배움이 빨랐다. 하루가 다르게 불법의 도리를 배워 나갔다. 이에 반해 아우 주리반타가는 정반대였다. 아무리 가르쳐도 머리가 둔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나를 가르치고 돌아서면 그것조차 잊어버렸다.


주위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형는 똑똑한데 동생은 바보천치야. 밥충이야”

이런 소리를 듣은 형은 화가 났다.  형은 아무리 가르쳐도 제자리 걸음인 바보 동생을 기원정사 밖으로 내쫒았다. 밖으로 내쫒긴 주리반타가는 오갈데가 없었다.  어둠은 몰려 오고 갈 곳은 없어 기원장사 밖에서 앉아서 울고 있었다.

마침 그 때 부처님이 외출했다가 이를 보았다.


“왜 그곳에서 울고 있느냐”

“저는 머리가 나빠 교리를 한자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형한테 쫒겨 났습니다. 갈곳이 없이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 애야 교리를  외우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부터 도량을 비로 깨끗하게 쓸어라.

 오른쪽으로 쓸때 '빗자루 추' 자를 외우고, 왼쪽으로 쓸때는 '쓸 소' 자를 외우도록 해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주리반타가는 이튼날 부터  빗자루로 날마다 기원정사 마당을 말끔하게 쓸었다.

워낙 머리가 둔해 앞자를 외우면 뒷 글자를 잊어버렸다. 그래도 조금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두 글자를 외웠다. 1년이 지나도 두 글자를 외우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주리반타가가 환희에 차 소리쳤다.

  "이제 알았다. 부처님께서 내게 빗자루를 주시며 도량을 쓸게 하신 이유를 깨달았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부처님만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가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것을 아셨다.

 
어느 날 부처님이 주리반타가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나를 대신해 네가 법회에 다녀오너라”
주리반타가는 공손히 절하고 물러났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 저런 바보를 부처님이 대신 보내다니...”

하지만 법상에 오른 주리반타카는 예전의 바보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주리반타가가 아라한의 경지에 오른 것을 알았다.

주리반타가는 이렇게 말했다.

몸과 입,생각을 잘 단속해 수행한다면 누구든지 도를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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