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이 들 정도다. 군수뇌부의 기강이 이정도라니.
이러니 함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천안함 사건 보고 시간이 50여분이 늦은 일 아닌가. 군 기강이 말이 아니다. "즉시 보고"와 "군기확립"은 군의 생명이다. 이번 사태가 전쟁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4월40일 오후 국회 국방위. 군수뇌부가 난타를 당했다. 다른 것도 아닌 군기강이 엉망이라는 질타와 함께.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사진)이 질의도중 김태영 국방부 장관 뒤편에 앉아있던 이상의 합참의장 등 군 장성들을 향해 물었다.
“군번줄을 찼어요”
“안 맸다”는 대답이 나왔다. 이 의원은 뒤에 앉은 고위 장성들에게 “군번줄 맨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추궁했다. 뒤줄 장성들 역시 매고 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목청을 높였다.
“당신들이 전사했을 때 누가 죽었는지 어떻게 알겠나. 또 부상을 당했을 땐 혈액형을 알아야 수혈을 할 것 아니냐. 나는 군번줄을 한 번도 안 맨 적이 없다. 간부들부터 자세를 가다듬어라”고 질책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군번줄은 전시에 꼭 가져가는 것이지 국회에 질의 답변하러 오는 장성들이 착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무마에 나서자, 이 의원은 “정신이 나갔구만. 이 시간에 전쟁이 나면 어쩔꺼냐”며 저러니까 국민들이 국방장관 보고 뭐라하는것 아니냐”고 따졌다. 언제부터 군 수뇌부가 이렇게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았나.
이 발언이후 포털에서 수구보수로 통하던 이진삼은 인기 순위에 올랐다. 그의 사이트는 접속이 폭주해 다운됐다.
그는 군수뇌부의 대선배다. 육사15기다. 사단장과 정보사령관, 군단장, 군사령관을 거쳐 육군참모통장을 지냈다.
노태우정부 시절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거쳤다. 퇴임 후 ‘책략’(2000년1월. 정문사 발행)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김정일의 대남전술 전략을 소상히 다루었다.
그의 발언태도는 매끄럽지 못하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진보로부터 보수꼴통이라는 비난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군의 기강문제는 백번 지적해도 모자람이 없다. 얼마나 속이 터졌으면 경례시범을 보였을까.
함참의장과 국방장관에게 사건이 터진지 48분과 51분만에 보고 되는 일이 군기강이 허물허물 해졌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건 위기상황이다. 전쟁이 나도 청와대만 보고하면 될 일인가. 군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해군총장의 당연한 응징발언에 대해 국방부가 해명하는 일도 우습다. 적한테 공격받았으면 군은 대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자고 전시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이다.
군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다. 이들이 청와대 눈치나 보며 비위를 맞춘다면 이들은 참군인이 아니다. 군은 원리원칙대로 행동해야 한다.
사병들이 군번줄을 착용하지 않으면 징계감이다. 군대에 갔다온 사람은 다 안다. 내무반에서도 착용하지 않다가 고참한테 걸리면 얼차려를 당한다. 취침 점호에서 당직 사관이 꼭 확인했다. '개목걸이'라면서도 제대할 때까지 한시도 안 맨적이 없다.
군 수뇌부가 군번줄도 착용하지 않고 어떻게 군기를 장병들에게 말할 수 있나. 부끄러운 일이다. 천안함이 외부 공격으로 침몰했다. 46명의 장병이 숨졌다. 이들을 우리는 가슴에 묻었다. 아직도 사건 원인도 모른다. 그런 판에 군수뇌부가 정치인같은 소리만 반복한다.
군수뇌부는 이 의원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군수뇌부는 자신의 군화끈을 다시 졸라매야 한다. 군번줄도 안매고 다니는 장군들이 부하들에게 군기를 입에 올릴 수 있나.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 이번 일을 보면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다. 군수뇌부는 원칙대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