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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총재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대통령 면모 소개'

이현덕의 책마당

by 문성 2010. 12. 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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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수석과 건설부장관,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박승 전 총재(사진)가 자신의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소개했다.

 

 

이 책은 그가 한국일보에 1년이상 연재한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를 대폭 수정하고 가필했다. 한국경제발전과정에 대한 증언과 주택고 부동산 등에 관한 정책과 논평 등을 담았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89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을 했으며, 1999년 한국경제학회장, 2001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고, 2002년부터 4년간 한국은행 총재로 재직했다. 참여정부 초기 그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임기를 존중하는 쪽을 택했다.

 

 

박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정책결정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편에 있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2003년 카드채 문제로 청와대 관저에서 정부, 청와대,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모인 대책회의가 있었다.

 

이때 모든 참석자들은 어떻게 하면 금융기관 부실화를 막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리대금을 못 갚은 신용불량자들과 가계부채 문제라고 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우선 세우도록 주문했다. 노 대통령의 주문으로 카드대출 금리인하, 신용불량자 대책, 신용회복위원회 발족, 가계부채 대책 등 ‘친서민 대책’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또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관저회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주요 경제현안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박 전 총재는 “이런저런 공직을 겪으면서 많은 청와대 회의를 경험했지만 대통령 관저에서 회의는 처음이었으며, 또 그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해보기도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회의는 상의를 벗고(때에 따라서는 넥타이도 풀고) 식사를 하며 농담도 주고받으며 진행됐다. 그때 노 대통령은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담배를 권하기도 했다고 박승 전 총재는 기억했다.

 

 

 

박 전 총재는 임기 4년 중 3년은 노 대통령과 일을 했다며, 수없이 정책관련 회의를 했는데 노 대통령은 한마디로 친서민 정서가 몸에 배어 있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모든 정책이 친서민 위주였고 서민들을 무척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혜택을 본 사람들은 부유층과 대기업이었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특히 양극화 문제가 노 대통령이 가장 노심초사한 현안이었다며,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묘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노 대통령은 2006년 2월 총리관저 모임에서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에게 비정규직 비율에 대해 파악해오라고 했더니 무려 1년이 걸리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양극화의 원인으로 강한 자만 살아남는 세계화 개방질서, 저임금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부문의 몰락을 꼽으며, 이 문제는 세계경제 질서와 관련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서 정책적 노력만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사 발간. 값 2만원. 5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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