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다.어떤 경우든 지나치면 비판을 받는다.
최근 우리 경우를 보자.
청해부대의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은 정말 자랑스럽고 잘한 일이다. 자국의 국민을 구출한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군이 박수 받을 일이다. 천안함 사건 때 잃었던 정부와 군에 대한 국민신뢰를 단숨에 회복했다는 평가다.
신문과 방송이 온통 구출작전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잘한다 하고 박수를 보내다보니 너무 나갔다는 말이 많다. 보안사항이고 기밀이고 가리지 않는 보도로 차츰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정치권이 24일 ‘지나치다’는 우려와 비판을 내놓았다고 한다. 언론행태를 보면 ‘아덴만 작전’에 대한 과잉홍보라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뉴스채널은 매시간마다 주얼리호가 머릿기사다. 방송은 똑 같은 내용을 하루종일 내보낸다. 보는 시청자들도 지겨울 정도다. 같은 내용을 시간마다 되풀이 하니 당연한 일이다. 신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구출작전 홍보가 전부는 아니다. 구제역과 AI, 기름값인상, 물가폭등과 전세대란, 폭설에다 한파까지 겹쳤다. 서민들은 당장 생활고가 걱정이다. 더욱이 설을 앞두고 재래시장은 텅텅 비어 있다. 한파특보까지 내렸다. 산적한 국내 경제 문제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서민들의 마음도 온통 꽁꽁 얼었다.
이런 판에 신문방송이 약속이니 한듯 온통 구축작전으로 도배질이니 정부가 현안을 덮고자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더욱이 작전내용을 마치 일지공개처럼 낱낱히 공개하고 있다. 마치 특집방송을 하는 것과 같다. 군 작전은 밝힐 것보다는 감출 게 더 많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그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비밀이 적나라하게 TV화면에 비춰지고 작전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참으로 걱정스럽다”면서 “군의 작전 내용은 홍보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건 군이 작전내용을 적에게 알려주는 것이나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가 구출작전을 명령했다”고 밝힌 점도 아쉽다.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군을 격려하는 것이 더 좋았다. 공(功)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옛말과도 거리가 있다. 마치 공을 다투는 듯한 모습이다.
원래 잘한 일에는 너도 나도 손을 드는 법이다. 반면 실패한 일에는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당장 구제역에 관해 내가 잘못했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축산농가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국군과 협조한 어느 나라가 자기 작전사항을 낱낱히 밝히는가. 입다물고 있지 않은가. 입 가벼운 사람과는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법이다. 국제관계라고 다를 바 없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 보호는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작전성공의 일회성 홍보로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한번의 삼호주얼리 작전 성공이 모든 국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금 금미호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나포당해 있는 상황이다. 금미호는 남의 나라 배인가. 왜 이중적인 태도인가.
정부가 계속 동네방네 자랑하면 그 배경을 거듭 의심받는다. 언론들에 책임을 돌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그런 의심에서 자유롭지 않다.
군의 작전내용은 말그대로 비밀사항이다. 이를 시시콜콜 밝히는데 의도가 없다면 누가 믿겠는가.
잘했다고 박수 받다가 불순한 의도가 들통나 뒤에 욕먹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