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은 뉴스의 중심인물이다.
그의 거취는 국민의 관심사다 . 그가 정치에 입문할 것인가.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없다. 다만 그는 정치의 '정'자도 입에 담지 않았지만 부의 사회환원을 통해 깜짝 놀랄 정도의 정치행위를 했다.
안 원장은 15일 1천500억원대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사회 환원 방침에 대해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건물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제가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에 대해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그러나 "재산 사회환원을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추가 환원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향했다. 그가 뭐라고 한마디 하면 그것이 곧 확대해석돼 논란을 낳기 때문이다.
그의 주식 사회환원은 그 속내가 어디있건 좋은 일이다. 가진 자들의 사회 환원이란 점에서 그렇다. 안 원장은 나눔을 통해 이 사회에 평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다음은 14일 그가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저는 오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눔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의사와 기업인, 그리고 교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를 받아왔고, 그 결과 늘 도전의 설렘과 성취의 기쁨을 안고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잊지 않고 간직해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이룬 것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애써왔습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유례가 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 사회는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여러분들과 같은 건강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과 현장에서 동료로서 함께 일했고,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도 만났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이상과 비전을 들었고 고뇌와 눈물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들을 국가 사회가 일거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 못지않게 우리 자신들도 각각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도 필요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10여 년 전 제가 책에 썼던 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가진 안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결정하겠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마음껏 재능을 키워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쓰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뜻 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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