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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시절 돈봉투 돌려준 김찬두 두원그룹회장

사람들

by 문성 2011. 12. 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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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건 인물에 대한 평가는 사후가 정확하다.
학교법인 두원학원 이사장이자 14대 신한국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낸 김찬두 두원그룹 회장(사진)이 27일 오전 7시 15분에 별세했다. 향년 80세.

포항서 태어나 1974년 한국디젤기기를 창업, 자동차 산업 발전에 공을 세워 동탑산업훈장(1972년), 은탑산업훈장(1988년)을 받았다.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았다. 두원공대, 안성두원공고를 설립했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오늘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그가 14대 국회에서 통신과학기술위원회소속일 때의 일화를 들었다. 당시 모부처 고위관료를 지낸 분과 점심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다.  그의 부음기사가 화제가 됐다.

14대 당시 김 전 의원은 통신과학기술위원회소속이었다. 그 시절,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부처에서 소속 상임위원들에게 촌지를 돌렸다.  장관 등의 판공비를 모아 고위직들이 의원사무실을 찾아가 은근슬쩍 봉투를 전했다.  금액은 50만원 안팍이고 최고 100만원이었다. 그 부처는 의원과 연고가 있는 고위관료 들로 업무를 분담했다. 경상도 출신이라는 지역연고를 감안해 그가 김의원한테 촌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김찬두 의원실에 면담전화를 한 그는 돈봉투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의사당을 방문했다. 인사를 건네고 봉투를 꺼내 슬그머니 김 의원앞으로 내밀었다.
"이가 뭡니까"
“연말이면 쓸 곳이 많을 것 같아 얼마 안되지만 봉투에 넣었습니다. 작은 성의로 받아 주십시오"
 “고맙긴 한데 내가 기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쓸 돈을 충분합니다. 가지고 가세요”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는 순간 당황했다. 그 무렵, 재벌 의원도 없지 않았지만 돈 싫다는 의원은 없었다. 오히려 금액이 적어 문제라면 문제였다.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십시오. 제가 어떻게 이 봉투를 다시 가지고 갈 수 있겠습니까”
“입장이 곤란한 모양인데 내가 장관한테 전화를 하리다”

그는 별도리없이 돈봉투를 들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의원실을 나오면서 다시 김의원을 쳐다 보았다.
당시 많은 의원 중에서 봉투를 돌려 보낸 국회의원은 그가 유일했다. 다수 국회의원들은 봉투를 받았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여기 저기 외상 술값이나 음식값을 관련부처에 대신 갚아달라는 이도 있었다. 물론 호랑이 담배피던 과거일이다.  그럴 때 그는 해당부처나 연관이 있는 산하기관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의원은 지난 10월 29일 신라호텔에서 산수연 자서전「이루지 못할 것은 시작하지도 마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는 인연따라 이 세상에 왔다가 인연이 다해 다시 세상을 떠났다. 사람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일화만 남아 그의 삶을 뒷사람이 엿보게 했다. 그도 부음기사를 보고 이해 당사자가 과거 일을 이야기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 고위관료는 자리를 떠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 김 전의원처럼 돈에 관해 철저한 사람이 있어야 정치가 바로 선다. 한나라당이 현 의원 50%를 물갈이한다는데 썩은 물 절반을 바꾼다고 될 일인가. 모두 바꿔야 한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새 인물로 수혈이 되지 않는한 공염불이 될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대통령의 형인 유력 국회의원 비서관도 10억씩을 만지는 세상이다. 새해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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