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군 정보통신장관(사진)의 취임은 이석채 장관(현 KT회장)에 이어 정통부에 또 다른 변화 바람을 몰고 왔다.
두 사람은 최고의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강 장관은 정보통신정책과 거시경제를 연결시켰다. 정통부가 정보통신산업 정책 결정할 때마다 거시경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해당 국장에게 질문했다. 경제전체를 보라는 주문이었다.
강 장관은 정책 입안시 정기 또는 수시로 국장급 이상 회의를 소집해 토론을 하고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렸다. 강 장관은 격식에 얽메이지 않고 토론을 진행했지만 내용은 빈틈없이 챙기고 점검했다.
그는 어떤 일이든 미루지 않았다. 현안은 즉시 결론을 내고 추진했다. 고위 관료중 일부는 대통령이 싫어할 정책이나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할 업무는 차일피일 미루거나 아예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없지 않았다. 그는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기획의 달인답게 결재서류나 보고서 등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쭉 읽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았다.
그는 정보통신에 대해 과외공부도 열심히 했다. 취임후 8월18일 일요일에는 김창곤 기술심의관(정통부차관 역임. 현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원장)으로부터 2시간여 통신망구조와 CDMA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는 이후 분야별로 ETRI 등의 전문가를 업무시작전에 불러 특강을 들었다.
강 장관은 취임사에서 강조한 정책 가운데 특히 벤처산업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강 장관의 회고.
“벤처산업은 정보통신산업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경제를 주도할 미래산업이었습니다. 당시 초창기이긴 했지만 벤처1세대들과 매월 만나 허심탄회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 장관은 매월 한번씩 저녁에 정통부 뒷편 한식집에서 벤처1세대 20여명과 만나 소줏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정통부 관계자가 배석하지 않았다. 통상 장관이 관련업계 인사들과 만날 때는 실무자가 배석해 주요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강 장관은 그럴 경우 가식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다면서 관계자의 배석을 불허했다.
강 장관이 벤처기업인들과 정기 모임을 가진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각종 정책에 이를 반영하는 이른바 ‘현장맞춤식 정책’의 실천이었다.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으로 그해 7월26일 출범한 유망정보통신기업협의회 김을재회장(금양통신회장.현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의 기억.
“ 매월 한 번씩 정통부 청사 뒤편 한식집에서 만났습니다. 소줏잔을 돌리며 허심탄회 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시 벤처기업들이 이런 저런 정책 건의를 했습니다. 강 장관께서 벤처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코스닥 상장과 기술신보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은 김 회장을 비롯 안경영 핸디소프트 사장, 서승모 쌔앤에스테크놀러지 대표(벤처기업협회장 역임), 정영회 소프트맥스 사장(한국IT여성벤처기업인협회 부회장역임), 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 임기호 내일정보기술사장(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역임), 박병기 기산텔레콤 사장, 구관영 다우기술 사장(현 에이스테크놀러지 회장), 김익래 다우기술사장(현 다우그룹회장) 유영옥 서두로직 사장, 박병엽 팬텍사장(현 팬택부회장 ) 등이었다.
같은 벤처1세대인 이민화 매디슨사장(현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KAIST교수) 변대규 휴맥스대표(현 사장). 장흥순 터브테크사장(벤처기업협회장 역임. 현 서강대미래기술연구원장), 조현정 비트 컴퓨터사장(벤치기업인협회장 역임. 현 비트컴퓨터회장. 조정현 장학재단이사장) 이영남이미디지털 사장(한국여성벤처협회장 역임) 등이 주축이 된 벤처기업협회는 통상산업부 산하였다. 처음에는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이들과도 만나 소주를 마시며 의견을 수렴했다.
이민화 회장의 말.
“강 장관과 대화를 나누며 벤처업계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강 장관께서 1997년 7월 벤처육성특별법 제정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강 장관은 매일 아침 6시반경이면 장관실로 출근했다. 부내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 바로 강 장관이었다. 그는 업무시작 전 집무실에서 1시간 가량 단전호흡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했다.
이 바람에 장관비서실은 날마다 6시반 이전에 출근했다.
강문석 장관 비서관(정통부 지식정보산업과장 역임, 현 LG유플러스 부사장)의 말.
“ 매일 강 장관 출근전에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아침 운동이 끝나면 정통부 뒷편 한식집이나 설렁탕집에 가서 아침을 먹었는데 식사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그바람에 저도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몸에 배였습니다.”
강 비서관은 강 장관과 일면식도 없었다. 그가 장관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은 우연이었다.
강 과장은 1995년 WTO기본통신분야 협상실무 대표단장으로 제네바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일을 끝낸 뒤 재정경제원 오종남 국제경제과장(통계청장 역임. 현 서울대 과학기술혁신최고과정 주임교수)을 만나 답변서 작성 등을 밤 늦게까지 도왔다. 강봉균 장관이 취임하자 오종남 씨 등이 강 과장을 비서관으로 강력히 추천했다는 것이다.
강 과장의 기억.
“어느날 강 장관이 불러서 장관실에 갔더니 내정을 한 상태였습니다. 저를 보더니 ‘정말 키가 크구나’라며 ‘앞으로 열심히 일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뭐 할말이 있나요. ‘예’하고 곧장 비서관 업무를 시작했어오”
강 장관은 키가 1m65센티인데 강비서관은 1m85센티였다. 강 장관은 강비서관을 쳐다보면서 업무 지시를 했다.
강 장관은 탁상정책을 경계했다. 그래서 수시로 기업현장에 나가 현장의 문제점을 직적 확인하고 이를 개선했다. 그는 매월 기가통신사업자와 통신장비업체 등과도 정기적인 간담회를 열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중요시한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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