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기 싫은 장면이다.
권불 5년인데 대통령 형들의 말년 재앙은 왜 멈추지 않는가. 이들이 말년에 가야 할 곳이 감방뿐인가.
권력 실세들이 과거 역사에서 처절하게 배우지 못하면 결국 남는 것은 파멸이다. 자신을 망치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왜 동생이 통치했던 정부에 타락한 정권, 부패 정권이란 딱지를 붙이게 만드는가.
멀리 볼 것 없다. 노건평과 이상득.
두 사람은 전.현직 대통령 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건평 씨는 형님이 아니라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노 전 대통령이 고시공부할 때 공부집을 건평 씨와 같이 지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득 씨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집안의 머리좋은 장남 이상득은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승승장구해 집안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동생은 늘 형의 그림자에 묻혔다.
두 사람은 동생을 대통령으로 둔 덕분에 건평씨는 ‘봉하대군’, 이상득 전 의원은 ‘영일대군’이란 별칭을 얻었다. 두 사람은 권력을 등에 업고 이런 저런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겼다. 건평 씨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개입하고, 뒷돈 23억여 원을 받아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등에서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형사처벌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 사람은 검찰에 출두해 후회했지만 그것은 뒤늦는 일이었다. 2008연 12월 2일 건평씨는 검찰에 출두해 "일단 저로 인해서 말썽이 일어나니까 동생에게도 미안하죠."라고 말했다. 이 전의원은 3일 “가슴 아프다”고 했다. 미안하고 가슴아픈 일을 왜 했으며 그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법의 심판을 받고 댓가를 치러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이 3월11일 기자회견에서 “노건평씨는 아무런 힘이 없다. 대통령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가만 좀 내버려두시면 좋겠다. 어떤 청탁도 어떤 무엇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대우건설의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대통령은 나름대로 형에 대한 비리단속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직설적인 대통령 회견을 듣고 건평 씨에게 3천만원을 두고 인사청탁을 했던 대우조선 남상국 사장은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겠다며 자살했다. 그런데도 노건평 씨는 이런 저런 이권에 개입했고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24일 취임식에서 “임기 동안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역대 가장 깨끗한 정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이미 코미디가 됐다. 그의 친인척에 대한 많은 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이미 일부는 감옥에 갔다.
노건평 씨는 동생이 대통령이 안됐으면 평범한 시골 노인에 불과했을 것이다. 경력이나 학력, 재력 등에 내세울 게 없었다. 그의 잘못된 처신으로 결국은 동생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은데 일조했다.
이 전의원은 기업인으로 성공한 후 정계에 입문해 여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6선 고지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전까지 늘 형의 신세를 졌다. 이 전의원의 이 정권 최고 실세였다. 영일대군 외에 ‘상왕’에다 ‘만사형통’이란 별칭을 얻었다. 시골 노인 ‘봉하대군’과는 비교할 바가 못됐다.
왜 정권말이면 대통령 친척들이 줄줄이 감방행인가. 한마디로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이다. 집안에 대통령이 났으면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자중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 전 의원은 동생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금 그는 78세. 4년전 국회의원 한 번 안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그는 지는 느을처럼 아름답게 말년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출마해 6선 고지에 올랐다. 그보다 젊은 정치인들도 나이 제한에 걸려 탈락했건만 그는 독야청청했다. 동생인 대통령 때문이었다. 그는 주변이나 언론에서 대통령의 체면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명박이는 명박이고 내는 내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형의 문제에 공개리에 언급한적이 없다. 청와대 민정라인도 이 전의원 사람들이었다. 요즘 비서 통장에 7억원씩을 입금해 놓고 사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이 전의원은 초선의원들로부터 정계를 떠나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이 전의원에 대한 비리 의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거 정권이 물러나면 그동안 감춰던 비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건 공식이다. 차기 정권에서 전정권 척결이란 굿판이 벌어질 것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도 적지 않다.
권력 가진자의 보호막은 청렴과 원칙이다. 달꼼한 권력욕에 넘어가 사익에 눈을 돌리면 몰락이다. 인생 말년에 험한 꼴 당하는 대통령 형들의 추락한 모습은 안쓰럽다. 하지만 심은대로 거두는 법. 자업자득이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나 저나 이런 대통령 친척들 비리가 사라질까.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영광은 짧고 치욕은 긴 법인데 대통령 형들은 이를 왜 모를까. 모르니 말년에 검찰에 출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