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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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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2012. 7. 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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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이상득 전의원의 몰락은 추한 배신의 역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장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칼로 무 자르듯이 잘라야 할 배신의 역사인데 정말 고래 심줄처럼 끈질기다. 인간의 탐욕이 무섭다. 하지만 결국은 그 탐욕이 자신을 망치는 흉기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초 자랑스럽게 말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이 대통령의 그런 말에 국민은 내심 안도했다. 이제 친인척 비리는 없겠다고.  친인척들이 감방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은 그런 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역대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웠다. 대선에서 500만표 이상으로 당선됐다. 그래서 국민은 이 대통령이 친인척 비리라는 배신의 역사를 단절시켜 주기를 바랬다. 이 대통령이 엄격하게 친인척과 측근 단속을 했다면 배신의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형을 감옥으로 보내는 일도 없었을 게다.

 

하지만 그건 국민의 희망사항이었다. 이제 국민의 그런 기대는 미망이 됐다.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부도덕한 정권”이란 오명을 남겼다.

 

그의 멘토였던 최시중 전방통위원장과 청와대 수석, 친인척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대통령의 친형이자 `상왕`으로 불렸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사진)조차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것은 사상 초유다. 전직 대통령 형이 구속된 적이 있지만 모두 퇴임 후였다.

 

이상득 전의원은 현 정권 최고 실세였다. 그를 통하면 다 이뤄진다고 해서 ‘만사형통’으로 불렸다.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하지만 그도 예외없이 수감되기전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권력자 실세들이 감옥으로 가기전 했던 말이다. 고령의 그가 휘청거리며 처연한 표정으로 감옥으로 가는 모습은 불쌍한 노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적인 면에서 마음이 아프다.  

 

 

그를 둘러싼 잡음은 그동안 끊임없이 나왔다. 경고음이 울렸지만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민정수석, 검찰은 손놓고 있었다. 시작은 측근비리였다. 그의 보좌관은 이미 금품수수협의로 구속기소됐다. 그의 여비서 계좌에서 7억원이 발견됐다. 이번에 솔로몬과 미래 저축은행 등에서 금품을 수수하고 코오롱그룹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결국 구속됐다. 

 

 

그는 퇴진을 주장하는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언론의 쓴소리조차 못마땅해했다. 문화일보 전 논설실장인 윤창중 씨의 최근 칼럼 내용. 그는 2010년 7월 26일자에 ‘형의 도리’라는 제목으로 이상득의 정계은퇴를 주장하는 글을 썼다. 권력이 가만있지 않았다. 신문사의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현 새누리당 의원조차 윤 실장에게 말했다. “ 이 의원이 무척 화가 났어. 윤 위원이 그렇게 글쓰면 내가 곤란해”. 권력의 감시자인 언론인에게 직필정론을 하지 말라니. 그도 이 전의원의 비리에 일조한 셈이다.

그 후 상갓집에서 만난 이상득은 윤 실장에게 “나에 관한 기사는 신문에 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만의 극치였다. 윤 전 실장은 자신의 소신대로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계속했고 결국 2011년 말 문화일보를 그만뒀다.

 

가정이긴 하지만  이 전의원이 그 때 모든 걸 훌훌털고 고향으로 내려가 유유자적하며 강태공처럼 지냈다면. 지금의 치욕은 피했을 것이다. 동생한테도 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배신의 역사를 끊지 못한 데는 우선 이 전의원 잘못이 가장 크다. 권력의 생리를 아는 이 전의원이 권력에 취한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여비서 계좌에 7억원을 넣어 놓고 쓸수가 있을까.  서민은 평생 손에 만져볼 수없는 거액을 여비서 통장에 넣고 살다니. 상왕이니 만사형통이니 하며 온갖 부나비들이 자신 주위로 몰려드는데 ‘권력무상’을 몰랐다면 말년 감옥행은 남 탓할 게 못된다.

 

 이 대통령의 잘못도 적지 않다. 대통령 형이 정치권에 상왕 노릇을 하면 그게 시한폭탄이란 걸 모른단 말인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뭘하고 있었나. 검찰은?. 하긴 그들이 한통속이라면 감히 놀랄일도 아니다.  이런 식이었으니 정권 말년에 권력형 비리가 터지는 것은 예고된 비극이다.

 

만약 이 전의원의 구속이 더 큰 비리를 덮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라면 사태는 더 나빠 질것이다. 이는 정권적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한 번 터진 비리는 확실하게 정리해야 뒷탈이 없다. 

 

대통령 일가의 비리는 국가의 불행이다. 반복되는 배신의 역사는 국민을 슬프게 한다. 권력자의 배신에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상왕의 몰락. 이제 그가 배신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가 마지막 배신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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