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기회의 땅 세계로.
여름 휴가철이 거의 끝날 무렵인 1997년 8월 22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제2청사 2층 출국장으로 여행 가방을 든 장년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이들은 정보통신부가 CDMA 세계화를 위해 구성한 중남미 시장개척단이었다.
잠시 후 정홍식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한국통신사업자협회 이사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CDMA 정책 총괄책임자인 그가 이번 시장개척단 단장이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 실장은 앞서 도착한 일행과 반갑게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CDMA 시장개척단 구성은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CDMA 이동통신서비스를 앞세워 기술수입국인 한국이 기술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CDMA를 통해 ICT 외교라는 전형(典型))을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개척단은 범정부 차원에서 산, 연, 관 공동으로 구성했다.
정통부 황의환 부가통신과장(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부회장)과 권병욱 사무관(현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 과장), 한국전자통신연구소(현 ETRI) 한기철 연구부장(현 인터넷연구부문 책임연구원)과 정인명 연구실장(현 한국통신사업자협회 방송시험인증단장), 한국통신(현 KT) 윤명상 소장과 홍원표 이사, 김형준 과장, SK텔레콤 마중수 이사(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신세기통신 이상길 상무와 심창식 과장, 삼성전자 홍순호 이사(현 부사장)과 정재홍 부장, LG정보통신 유은영 이사와 김양훈 부장, 현대전자 장병준 전무와 정영기 부장, 이기승 부장이 개척단원으로 참여했다.이들 외에 방문국 주재 한국대사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 관계자가 현지에서 개척단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개척단 목적지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3개국이었다. 중남미 지역은 CDMA 유망지역으로 시장 규모는 2억 달러 수준이었다. 2001년이면 71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단장인 정홍식 실장의 증언.
“시장개척단은 한국이 CDMA 종주국임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정보통신산업 해외진출 전진기지를 마련하기 범정부 차원에서 구성했습니다. 디지털이동전화 도입이 임박한 신흥시장인 중남미 3개국이 방문국이었습니다. 이들 국가 통신사업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CDMA 방식의 이동통신기술 첫 상용화는 한국ICT사에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쾌거였다. CDMA 상용화까지는 몇 번의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CDMA 상용화라는 정책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당시 장관과 실무진, 그리고 연구진은 자리를 걸고 CDMA 상용화라는 미래 희망을 지켰다.
윤동윤 체신부 장관(현 한국IT리더스포럼 회장. 정우회 회장)은 ‘CDMA 개발에 장관직을 걸겠다’며 CDMA 개발에 총력전을 펼쳤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현 ETRI) 연구원들에게 ‘CDMA 개발은 전쟁이다‘라는 문구를 벽에 써 붙이라고 지시했다.
CDMA 기술 도입의 주역인 경상현 정통부 장관(현 KAIST 겸직교수)은 CDMA 방식을 고집하지 말라는 한승수 청와대 비서실장(국무총리 역임. 현 김앤장 고문)의 제안을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은 대통령 뜻이었다. 대통령의 뜻을 거절하는 데는 소신과 철학이 필요했다. 그는 CDMA 기술을 도입한 책임자로서 그런 제안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얼마 후 장관직에서 경질됐다.
경 장관 후임인 이석채 정통부 장관(현 KT 회장)은 갈림길에 선 CDMA 서비스방식을 대통령과 독대해 관철시켰다. 자신의 장관 발탁이 CDMA중단하라는 역할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총대를 메고 대통령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이런 고비를 넘기고 한국은 미국 퀄컴사가 개발한 CDMA 기술을 세계 처음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정통부는 CDMA 세계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시장개척단 구성 1년여 전인 1996년 8월 26일.
강봉균 정통부 장관(재경원 장관. 16.17.18대 국회의원 역임)은 상공회의소 상의클럽에서 9개 해외진출 기간통신사업자 및 통신장비제조업체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통신산업의 해외진출 전략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데이콤과 한국이동통신, 서울이동통신과 현대전자, LG정보통신, 한화전자정보통신, 동아일렉콤, 삼성전자, 대우통신 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해외진출 애로사항으로 △통신산업의 기술수준, 국제지명도, 자본력의 상대적 열세 △전문인력과 정보력 부족 △통신사업자와 장비제조업체간의 공조체제 미흡 △국내 업계 간 과당경쟁 등을 지적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통신산업 해외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장관 회담, 통신협력위 회담, 협력각서 체결로 정부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을 확대하고 절차를 개선하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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