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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스님 “다시 태어나면 성철스님의 상좌가 되고 싶다”

이현덕의 책마당

by 문성 2012. 9. 1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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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큰스님(성철스님)의 상좌가 돼 시봉하고 싶다”

 

이 얼마나 애절하고 간절한 소망인가. 부녀관계는 속세를 떠난 출가인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만 존재한다. 성철과 불필(사진). 속가에서는 부녀였다. 하지만 출가후에는 수행자의 관계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야산 호랑이자 한국 현대 불교 최고의 선승(禪僧)으로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1912∼1993) 스님의 딸 불필(不必·75) 스님이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김영사)를 펴냈다. 

 

 

불필 스님은 가슴속 엉어리를 실타래 풀듯 속가와 출가후의 수행여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를 비롯해 향곡 법전 인홍 스님 같은 선지식들의 철저한 수행과 성자 같은 삶, 성철과 청담(1902~1971)이라는 훗날 조계종의 큰어른이 되는 스님들이 불교 중흥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된 1947년 봉암사 3년 결사에서 현재에 이르는 한국불교 100년사 등을 인연, 출가, 친필 법문노트, 행자 시절, 석남사, 수행, 해인사, 영원한 시간들 등 8개장에 나눠 담았다.

 

 

특히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큰스님의 법문과 편지, 사진들을 실어 교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불필스님은 “회고록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계속 거절을 했지만 큰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큰스님께 올리는 글을 써보자는 제안마저 물리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불필스님은 1937년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서 큰스님의 둘째딸로 태어난 스님은 1957년 석남사에서 인홍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기 바로 전 해인 1956년 경남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임용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인텔리 비구니로서 속가와 불가를 이으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오히려 세상을 멀리했다.

 

 

 

불필 스님은 “성철 큰스님을 속세의 아버지가 아니라 불가의 스승으로 모시게 됐을 때 큰 스님께서 도인 중에는 숨어사는 도인이 있고, 미친 도인이 있는데 어느 도인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숨어사는 도인이 되겠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큰스님이 말씀하셨다. 숨어사는 도인은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이 찾아낸다. 그러나 미친 도인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 그때 나는 미친 도인이 돼 심산유곡에서 감자나 캐먹는 생활을 하겠다고 큰스님께 마음으로 약속했다. .”

 

스님은 “큰스님이 열반하시기 전에 이 법어로 시비를 세워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못 세운 시비를 세우는 마음으로 책 말미에 그 말씀을 적어 봤다”면서 “자기를 바로 본다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고, 세상도 바르게 돌아갈 것이다”고 짚었다.

 

 

“나는 지중한 인연으로 큰스님의 딸로 태어났지만 큰스님은 내게 아버지가 아니라 스승일 뿐이었다. 나는 큰스님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영결식과 연화대 다비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다비식 날 늦은 오후에야 금강굴 위 다비장에서 사그라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절을 올릴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다해 다시 만나 뵐 것을 약속하는 아홉 번의 절이었다. 나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 큰스님의 상좌가 돼 시봉하고 싶다.”

 

불필스님은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하신 후 지금까지 석남사 심검당에서 수행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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