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이 정치인에서 역사작가로 변신했다.
김 전의장이 최근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1453년 비잔틴 제국 최후의 날을 정복자인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호메드 2세와 이에 맞선 비잔틴 제국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치열한 54일간의 전쟁을 다룬 대서사시 ‘술탄과 황제(사진)’를 펴낸 것이다.
이 책은 마치 김 전의장이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가 된 듯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역사의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고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한 쓴 대서시극이다.
김 전의장은 기존 정치인과는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이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물러나면 의례 펴내는 게 회고록 성격의 ‘자서전’이다. 김 전의장은 기자와 공직, 정치인으로 생활했고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역임한 터여서 회고록을 쓸 소재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과 국내 정치와 전혀 무관한 콘스탄티노플의 최후를 둘러싼 영웅의 이야기를 4년간의 산고 끝에 옥동자를 잉태하듯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유명인사들의 책을 펴낼때 거의 대필작가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집필이란 작업은 중노동에 속한다. 그래서 원고 집필을 외부에 맡겨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
김 전 의장은 기자출신 답게 이 일을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 자신이 현장을 답사하고 자료를 구해 이를 토대로 1453년 비잔틴 제국 최후의 3일을 재현했다. 이 책은 그의 집념과 열정의 열매다.
김 전의장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전쟁의 무대였던 터키 이스탄불을 다섯 번 다녀왔고, 특히 지난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47일간 현지에 머물면서 막바지 취재 및 연구 활동까지 했다. 이스탄불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 틀어박혀 수백 권의 책들과 씨름했고, 수십 명의 학자 및 전문가들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까지 했다.
그는 탈고(脫稿)와 탈고(脫苦)는 같은 말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원고를 다 마감해야 집필의 고통도 사라진다.
김 전의장은 늘 집필에 목말라 했다고 한다. 그래서 1999년 수필가로 등단했고 국회의장 시절 바쁜 시간을 쪼개 2009년 3월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를 펴냈다. 이어 2010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를 펴냈다.
그의 에필로그가 흥미롭다.
" '비잔틴이 끝나면 오스만이 오듯이, 역사라는 무대는 시대의 옷을 갈아 입으며 계속되는 것....'
나는 연출을 마치고 이제 무대에서 내려오려 한다. 유장하고 도도한 역사의 흐름 위에 한갖 진실의 꽃잎 한 장 띄우는 심정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 집필기간만 꼬박 5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중 그는 안경을 안경을 세 번 바꾸고 흰 머리를 늘려가면서 피를 찍어 잉크로 쓰듯 심혈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읽던 신문과 TV뉴스 시청 시간도 줄였다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고 집념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내가 일찍이 주창한 디지로그적 글쓰기의 멋진 구현이다. 오로지 팩트를 추구하고 기술하기 위해 작가가 읽었을 수백 권의 책들과 고심의 흔적이 페이지마다 서려 있다.”고 말했다.
김 전의장은 “술탄과 황제” 출판기념회를 오는 11월 30일 오후 3시 국회헌정기념과 대강당에서 연다.
21세기북스 펴냄. 462쪽. 값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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