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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정보통신부

과기정통. ICT. 국방

by 문성 2013. 1. 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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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현덕`씨는 우리나라의 독보적 IT저널리스트가 아닐까. 그는 한국의 ICT 현대사를 심층적인 분석과 증언 자료를 토대로 IT저널리즘이라는 새 장르 개척에 성공했다.

 

매주 금요일 전자신문 특별기획물로 연재되는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 시작과 끝`은 매회마다 새로운 박진감이 넘쳐난다. 자칫 밋밋한 사실관계의 서술로 끝날 수 있는 정책결정과정을 정부관료, 사업자, 과학자, 정치가들 간에 팽팽한 파워게임의 현장으로 파고들고, 때론 최고 통수권자의 영향력이 실린 미묘한 사안조차도 송두리째 수술대 위에 올려 놓는다.정통부라는 정부조직의 탄생배경, 통신시장 경쟁도입, 한국전신통신공사의 민영화, 통신사업자 선정의 막후배경, CDMA 표준화와 세계최초의 상용화, 정보화촉진기본법과 초고속정보통신구축사업 등 굵직한 정보통신 정책들을 극적인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했다.

 

하나의 국가정책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을 테고, 관계자들의 증언을 채집하는 과정도 힘들었을 터다. 오직 객관적 실체에 다가가겠다는 저널리즘 정신을 발휘하지 않으면 자칫 특정인의 주관과 흠담으로 채색될 수도 있으련만,

 

그는 금도를 지키는 기자정신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인터넷 강국, IT 대한민국으로 이르게 된 역사적 결단의 전후관계를 생생하게 들추어 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가IT경영 전략에 요구되는 정책적 교훈을 찾아내고, 다음 정부정책에서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20세기가 영토적 패권으로 점철된 시대이었다면, 21세기는 디지털 패권으로 국제질서가 재구축되고 있다. 그 최초의 10년이 지나면서 20억 인구가 인터넷으로 편입되었고, 60억이 모바일 가입자가 거대한 디지털 제국으로 합류했다.

 

유사 이래 동시대의 사람이 이토록 글로벌 인프라에 대규모로 연결되고, 단기간에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뀐 적은 일찍이 없었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예지하고 국가미래 인프라의 선제적 구축, 정책수단의 동원, 법제도 간의 선순환을 자극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전격적 출범과 운영에 성공했다. 세계는 초연결 IT혁명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급박하게 요동치고 있다. 그 정중앙에는 글로벌 인터넷 초거인들은 당당한 독재자(master switch)로 국경을 넘어 군림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새로운 IT생태계의 완결성을 총괄할 IT 컨트롤 타워의 부활을 목청껏 외친다. 적어도 외연적으로는 90년대 당시의 데자뷰를 목격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당시의 거대담론과 결정적인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IT융합문명의 글로벌 선봉국가로 굴기하겠다는 선연한 비전과 담대한 철학의 부재이다. 적어도 90년대 파워엘리트 들은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는 시대정신(zeitgeist)에 충만해 있었다. 이러한 인식공유를 바탕으로 정보고속도로 구축과 정보산업의 기간산업화, 범정부 차원의 국가정보화 추진를 위해서는 체신부에서 정보통신부로의 환골탈퇴를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지금부터라도 제3의 전자통신 물결을 극적으로 포착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선진일류국가로의 대장정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국민 앞에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항구로 항해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바람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는 로마시대의 철학자의 세네카의 명언을 가슴에 담아 볼 때다.

 

`정보통신부의 시작과 끝`은 디지털 신문명의 잠재력을 국운융성을 위한 절체절명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현대사적 메시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 wgha@etri.re.kr < 전자신문 1월3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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