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박사(사진)가 ADD에 근무할 당시 있었던 일화 하나.
1972년 7월 7일 오전.
그가 개발한 최초의 국산 K-PRC6를 가지고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오원철 대통령 경제수석의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청와대로 오지 말고 그 곳에 무전기를 켜놓고 기다리라고 했다.
무전기에서 카랑카랑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ADD나오시오”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예, ADD 서정욱입니다.”
“잘 들리는 군. 수고가 많았소.”
“감사합니다.”
“애로 사항이 있으면 말하시오.”
“무전기는 정식사업이 아니어서 연구원과 연구비가 없습니다.”
서 박사 건의로 무전기 개발은 ADD 정식 과제로 채택됐다. 20평에 불과하던 연구실은 건물 한 층을 다 쓰게 됐다. 인력과 장비 등 통신전기 연구개발 기능도 확충됐다. 서박사는 무전기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제1회 국방과학상을 받았다.
서 박사는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는 스타일이었다. 일에 관한 한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서 박사가 ADD에서 개발한 장비들은 완벽한 성능을 발휘했다. 서 박사는 연구개발 업무외에 시험평가, 품질보증 등에 새 제도를 외국에서 도입해 직접 실행해 본 유일한 인물이었다.
오 차관의 증언.
“이런 이유로 나는 그를 꼭 모셔오리라 마음먹었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이 아닌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 나에게 TDX개발은 꼭 성공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그가 꼭 필요했다. 나는 그에게 부탁했다. ‘TDX사업단장을 꼭 맡아 주십시오. 단군 이래 가장 큰 R&D과제이고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사업입니다. 사명감 있는 기술자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할 겁니다. 서 박사님이 진정한 엔지니어라면 꼭 맡아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당시 서 박사는 13년간 몸담았던 ADD를 떠나 1983년 봄 학기부터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서정욱 박사의 기억.
“ 그해 여름, 오명 차관과 경상현 한국전기통신공사 부사장(체신부 차관. 정통부 장관 역임. 현 KAIST 겸직교수)이 각각 만나자고 해 점심을 먹었다. 전전자교환기 개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조언을 청했다. ”
그해 10월 서 박사는 한국전기통신공사 기술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러자 연구소에서 TDX관련 자료를 잔득 보내왔다. 보고서와 실물을 대조해 보니 일치하지 않았다.
서 박사의 증언.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TDX사업은 연구개발과 사업평가, 품질보증, 생산, 운용, 보전 등에서 내가 ADD에서 관리하던 사업보다 복잡하고 힘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관과 차관이 연구소를 번갈아 가서 개발을 독려하니 전시장만 화려해 지고 보고서만 쌓였다.”
그해 10월14일 전두환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했다.
체신부 장관에는 김성진 전 ADD소장이 발탁됐다. 김 장관은 전 대통령과 육사 11기 동기로 4년내 수석을 차지한 수재였다. 미 플로리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육사 교수를 지낸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안기부 1,2차장과 ADD소장을 지냈다. 체신부 장관을 지낸 후 과기처 장관과 한국전산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5년 작고했다.
전 대통령도 동기생인 그를 항상 높이 평가했다.
전 대통령이 육사졸업 15년 뒤 열린 동창회에서 그를 보고 “자네를 따라 잡는데 꼭 15년이 걸렸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해 12월.
이우재 사장(체신부 장관 역이)이 서 박사에게 만나자고 했다. 이 사장은 육군 통신차감을 지낸터라 서 박사와 잘 아는 사이였다. 평소 말수가 적은 이 사장은 서 박사에게 단도직입으로 핵심을 말했다.
“나하고 같이 일해요. 월급은 형편없어요.”
이 사장은 아무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냥 같이 일하자는 말만 했다.
서정욱 박사의 회고.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어요. 만약 이 사장이 조건을 내세웠으면 거절했을 겁니다. 처음엔 인사권과 재정권을 다 주고 사무실은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 마련해 주겠다고 했어요. 나는 월급은 얼마 안되도 좋으니 사장직속으로 개발단과 품질보증단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사무실도 통신공사에 두자고 했어요. 고독한 싸움의 시작이었어요.”
체신부 통신정책국장으로 이 일을 처리했던 윤동윤 전 체신부장관(현 한국IT리더스포럼 회장)의 말.
“김성진 장관이 저한테 개인적인 부탁이라며 서 박사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잘해 주도록 조치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전기통신공사 부사장급으로 예우하고 TDX사업단장과 품질보증단장을 겸하도록 했어요 ”
최근에 알려진 새로운 사실 하나.
5공 정부 고위층으로 전두환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으러 갔던 한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전 대통령이 전자교환기 개발과 관련해 서 박사를 직접 거명했다는 것이다.
그가 전하는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
“ 전자교환기 개발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가. 엄청난 예산까지 다 지원해 줬는데. 뭐가 문제요. 방법을 서정욱 박사한테 물어봐요. 서 박사가 안된다고 하면 중단하시오.”
1984년 1월13일.
한국전기통신공사는 TDX사업단장 겸 품질보증단장에 서정욱 박사를 임명했다. TDX개발 판도를 바꿀 독한 시어머니가 등장한 것이다. “미쳐야 미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서 단장의 행보는 엄격하고 밤낮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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