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은 출세코스로 통했다.
역대 인수위원회 파견 인사 중 장관 등 고위직에 오른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정보통신부에서 15대 대통령직 인수위로 파견 나갔던 안병엽 정보화기획실장(현 KAIST 석좌교수)의 경우 복귀 후 정통부 차관을 거쳐 장관자리에 올랐다. 이어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1998년 1월부터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국정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정치 지형 재편속에 정국은 요동쳤다. 그 여진은 행정부를 뒤흔들었다.
인수위의 가장 임무는 새 정부 집권 5년간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인수위는 분과위별 회의를 열고 소관 부처별로 주요업무 보고를 받았다. 인수위 업무보고는 해당부처 차관이 했다.
부처별 업무 보고 내용은 이종찬 인수위원장(국가정보원장 역임. 현 우당장학회 이사장)이 취합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다시 보고했다. 인수위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1998년 1월 13일.
정보통신부는 오전 10시 인수위 사무실에서 주요 업무보고를 했다.
정통부에서는 박성득 차관 (현 한국해킹보안협회장. 한국모바일인터넷 이사회 의장)과 이성해 기획관리실장(큐앤에스 회장)과 실무진이 참석했다. 인수위에서는 경제Ⅱ분과 최명헌 간사(노동부 장관,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 역임)와 박선주(판사.15대 국회의원 역임. 현 변호사), 지대섭(청호컴퓨터 회장, 15대 국회의원 역임. 현 서울마주협회장) 한호선(농협중앙회장. 15대 국회의원 역임) 위원,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박성득 전 차관의 회고.
“오래전 일이어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주요 현안과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국정 과제를 보고했습니다.”
이날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이교용(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우정사업본부장 역임. 현 한국우취연합회장) 당시 인수위 경제Ⅱ분과 전문위원의 증언.
“이날 정보통신부 보고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핵심 사안이었습니다. 하나는 문민정부가 허가한 PCS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의혹제기였습니다. 사업자 선정관련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정통부에 요구했습니다. 최명헌 간사가 이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인수위 출범후 문민정부에서 이뤄진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이를 규명하겠다는 말이 나돌아 긴장했는데 의혹을 제기하더군요. 박성득 차관이 이런 의혹제기에 대해 납득할 만큼 설명을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전력의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참여여부인데 이는 한구전력의 통신사업 참여와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정통부 보고시 현안이었습니다. ”
이날 인수위의 PCS의혹제기는 서막에 불과했다.
정보통신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PCS 등 신규 통신서비스 조기 상용화로 인해 사업전망이 어두어진 발신전용 휴대전화서비스인 CT-2(시티폰)사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사업자간 인수.인계협정'을 체결, 전국사업자인 한국통신과 지역사업자간 가입자 및 시설의 이관 등에 대해 자율적인 협상을 추진토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보고 했다. CT-2사업은 1997년 3월 수도권에서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1개 사업자가 총 3천6백여 억원을 투자, 전국 29개 도시에서 서비스중이었고 69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손익분기점인 3백만명에 미달하고 PCS, 위성휴대통신서비스(GMPCS), 차세대이동통신서비스(IMT-2000)등의 신규서비스 등장으로 적자가 늘고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져 일부 지역사업자가 포기의사를 표명했다.
정통부는 가입자 보호를 전제로 CT-2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모든 사업자들의 건의를 수용해 기지국 검사비용, 접속통화료 등 부담을 경감하고 기지국 출력을 대폭 증대 통화품질개선 등 서비스를 다양화 고도화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날 경제2분과위원들은 정통부 업무보고가 끝나자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은 수요측면을 적극 반영해 민간통신사업자의 적극적 참여와 경제성 제고에 적극 노력하고 과잉의욕으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인수위는 이후 새 정부에서 추진할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이종찬 인수위원장의 증언.
“당시 정부는 IMF라는 경제위가 상황속에 출범했습니다. 인수위에서는 총체적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이 중에서 40개 국정과제가 경제와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관련 부처와 당 관계자, 그리고 학자들을 모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공약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선정했습니다. 누구든지 입각하면 제일 먼저 생각하고 우선적으로 실천해 달라는 일종의 주문서였습니다.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든 100대 국정과제였습니다.(‘인수위 67일이 정권 5년보다 크다’중에서)”
이교용 인수위 전문위원의 말.
“국정과제를 선정하기 전에 각 분과위원회별로 리스트를 제출하게 한 후 이를 인수위원 전체회의에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 각 분과위별로 간추린 국정과제는 100대보다 더 많았습니다. 최종 결정과정에서 탈락한 과제가 다수였습니다. 과제는 인수위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과 정책 사업의 연속성 등을 검토해 100개를 선정했습니다. 수많은 논의를 거쳤습니다.”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61>-5년의 법칙 (0) | 2013.05.14 |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60>-DJ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0) | 2013.05.09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58>-정통부 통합론 잠재워 (0) | 2013.04.30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57>당선인 "인수위 몸과 입조심" 당부 (0) | 2013.04.25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56>-대통령직 인수위 구성 (0) | 2013.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