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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08>벤처협회 "한국지키기 운동"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4. 6. 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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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622일 오전 서울 르네상스호텔.

 

이민화 한국벤처기업협회장(메디슨 대표이사, 기업호민관 역임, KAIST 교수)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글학회를 비롯해 15개 사회단체와 함께 `한글 지키기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 운동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은 이 회장이 맡았다. 이 회장은 이찬진 사장(국회의원 역임, 현 드림위즈 대표)의 백의종군을 전제로 한글 사용자를 중심으로 국민주 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외국 공공기관의 SW 구입비는 HW 구입비의 160%인 데 비해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SW 구입비는 10%에 불과하다정부는 올해 예산에 반영된 SW 구입비를 즉시 집행하라고 주장했다.

 

벤처협회가 한글 지키기 운동을 주도하자 창구는 운동본부로 단일화됐다.

 

서울 용산전자단지 상점가진흥조합, 한국대학생 벤처창업연구회, 사단법인 한국청소년학회와 PC통신에서 한글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던 `한글 사랑회` 등이 운동본부에 가세했다.

 

이종훈 비트정보기술 사장도 그동안 독자 추진하던 모금운동을 정리하고 운동본부에 참여했다. 이 사장은 618일 한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 그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회사가 어렵다고 한글을 MS에 팔면 나라가 어렵다고 독도를 일본에 팔까?`라는 부제를 달았다.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부제였다. 이 광고는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민화 회장의 말.

 

허웅 한글학회 이사장(작고, 서울대 교수 역임)을 만나 운동의 취지를 말씀드렸습니다. 평생 우리말과 글을 다듬고 지켜온 허 이사장은 적극 동참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런 국민운동에 정보통신부는 MS의 한글과컴퓨터 투자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당시 IMF 위기 상황에서 외자 유치는 시급한 현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자 유치를 국민이 반대하니 정부로서는 난감했다.

 

그해 6월 중순 어느 날.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S&T중공업 회장)이 이민화 회장을 장관실로 불렀다.

 

배 장관의 말.

 

나는 한컴 경영난은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민화 회장은 당시 이 운동을 독립운동하듯 했어요.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품 SW를 구입해 달라`고 했어요. 나는 예산 문제도 있고 정부가 특정 제품을 억지로 살 수는 없다고 거절했어요.”

 

이민화 회장의 증언.

 

배 장관에게 혼났습니다. 한글 살리기 운동을 만류하셨어요.”

 

조현정 당시 부회장(현 한국SW산업협회장, 비트컴퓨터 회장)의 말.

 

배 장관께서 외국 돈은 안 되고 국내 돈은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셨습니다.”

 

그해 624.

 

한광옥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청와대 비서실장 역임, 현 통일미래연구원 이사장)는 당사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만큼 당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당정협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안병엽 정통부 차관(정통부 장관 역임, KAIST 석좌교수)의 회고.

 

국민회의 측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더군요. 한글을 살리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남궁석 삼성SDS 사장(작고, 정통부 장관, 국회 사무총장 역임)에게 한컴 인수를 타진했는데 관심이 없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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