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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19> "정부에서 일할 생각 없습니까"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4. 9. 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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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새 장관이 될까?".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S&T중공업 회장)5대 그룹 빅딜 발언 파문으로 물러나자 정통부 안팎에서 후임 장관 하마평이 무성했다. ·현직 고위 관료와 산하 기관장이 자천 타천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19981221일 오전.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전문경영인인 남궁석 삼성SDS 사장(작고,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국회 사무총장 역임)을 새 정통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남궁석 신임 정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사진>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통부는 21세기 국운을 좌우할 중요한 부서라면서 빨리 업무를 파악해 삼성을 일으켜 세웠듯이 이 나라를 정보통신 강국으로 일으켜 세워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현 국회의원)남궁 장관은 정보통신 전문가에 경영 마인드를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조직 장악력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아 발탁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김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발탁한 배순훈 전 장관의 퇴임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김종필 국무총리(자민련 총재 역임)와 정통부 장관 인선을 협의했다.

 

남궁 장관은 이른바 어쩌다 장관이 된 `어장`에 속했다. 그는 관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그를 장관으로 선택했다. 전직 S 차관은 정권 교체기나 개각이 있을 때마다 무려 16번이나 장관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장관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남궁 장관은 일요일인 20일 오후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입각 사실을 통보받았다.

 

겨울날씨답지 않게 모처럼 포근한 하루였다. 남궁 장관은 이날 삼성 사장단과 서울 근교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당시는 휴대폰이 없었다. 김 실장이 남궁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 실장은 할 수 없이 안병엽 정통부 차관(정통부 장관, 17대 국회의원 역임, KAIST 초빙교수)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안병엽 전 차관의 증언.

 

일요일인데 김 실장이 `남궁 사장에게 급히 연락할 일이 있는데 연결이 안 된다``빨리 찾아 연락을 해 달라`는 겁니다. 그 무렵 후임 장관 하마평이 나돌 때였습니다. 나름 장관 인사 때문이라는 감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급히 여기 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남궁 사장은 골프장에서 `굿샷`을 외치고 있더군요.”

 

김 실장은 일요일이어서 서울 약수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그는 독실한 신자로 36세에 이 교회 장로가 됐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후 대통령이 전화를 해도 예배 중에는 받지 않아 화제가 됐다. 그만큼 김 실장은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었다. 당시 김 실장은 명실상부한 청와대 권력서열 2인자였다.

 

김 실장과 남궁 사장은 그날 오후 2시 서울 하얏트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 실장이 약속 시간에 커피숍으로 나갔으나 남궁 사장이 보이지 않았다. 곧 오겠지 하며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김 실장의 말.

 

약속을 해놓고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으니 사고라도 났나 해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어요.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해야 하잖아요. 알고 보니 그 시각에 그는 서울 롯데호텔 커피숍에 가 있었어요. 제가 약속 장소를 잘못 이야기했더군요.”

 

두 사람이 마주앉자 긴장한 남궁 사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왜 저를 급히 보자고 하셨습니까.”

 

새 정부에서 일을 해볼 생각이 없습니까.”

 

남궁 사장은 김 대통령과 일면식이 없었다. 정권 실세들과도 교류가 전혀 없었다. 그런 만큼 입각 제의는 의외였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삼성맨입니다. 이건희 회장 승낙이 없으면 정부에 가서 일할 수 없습니다.”

 

김 실장은 남궁 사장의 그런 면을 아주 좋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그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김 실장은 즉시 이건희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 회장의 대답은 명료했다.

 

삼성의 영광입니다. 저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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