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떠난 전자정부 화살은 행보(行步)에 거침이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부처 업무보고시 수시로 전자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자정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의지는 견고했다.
“ 지식정보화는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보 인프라는 전자정부의 완성으로 연결돼야 한다. 전자정부 완성 여부가 국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 구축한 정보 인프라를 기반으로 정보통신부가 전자정부 구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2001년 2월 19일 정통부 업무보고)”.
.
“ 전자정부의 핵심과제인 정부조달 관련 업무의 전자상거래화를 모든 공공부문으로 확산시켜야 한다.(2001년 4월 16일 기획예산처 업무보고)
“전자정부는 행정능률 향상과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부패없는 깨끗한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2001년 8월7일 과천 정부청사 국무회의)
“전자정부 구현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게 아니며, 천천히 봐가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한국이 세계일류 국가로 우뚝서기 위해 2002년 말까지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는 국정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2001년 12월 24일 전자정부 구현 종합점검회의)”
그해 2월 26일 오전.
김 대통령은 이날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청사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한 가운데 사상 첫 ‘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그동안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대면(對面)회의였다.
강북에 집무실이 있는 국무의원은 중앙청사에 강남이나 과전에 집무실이 있는 국무위원들은 과청청사에 모였다.
김 대통령은 U자형 테이블 중앙에 앉아 이한동 국무총리(현 포천장학회장)와 한완상 교육부총리(대한적십자사 총재 역임) 등 국무위원들을 좌우에 두고 맞은 편에 설치된 120인치 대형 스크린을 보며 회의를 주재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정보화를 적극 추진해 이제 정보화를 세계 최선두에 서게 하는 기반을 다졌다"며 " 오늘 화상회의가 임기중 이루고자 하는 전자정부의 힘찬 출발점으로 정보화에 대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정부 출범 3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개최한 것은 정부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전자정부가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국정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런만큼 김 대통령은 전자정부특별위원회 활동도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김성재 청와대 당시 정책기획수석(문화관광부장관 역임, 현 김대중도서관장)의 말.
“전자정부는 부처 간의 중복과 칸막이를 없애고, 투명성을 높여 부패를 방지하고, 규제를 대폭 개혁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김 대통령의 전자정부 구현 의지와 철학은 확고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정보화 핵심은 전자정부였습니다”
김대중 정부시절 일본 교포기업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현 회장)이 청와대를 자주 방문했다. 어느 땐가 김 대통령이 손 사장에게 전자정부 구상을 이야기했다.
접견자리에 배석했던 김성재 수석의 회고.
“김 대통령이 전자정부 계획을 말하자 손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 사업을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김 대통령이 저한테 추진행중인 내용을 손 사장한테 설명하라고 해요. 손 사장이 내용을 다 듣더니 ” 김 수석이 자기보다 더 전문가“라며 ”더 이상 조언해 줄 게 없다“고 하더군요. 국방부의 첨단무기도 전자조달시스템으로 도입하도록 했어요. 국방부에서 극비 보안사항이라며 펄쩍 뛰며 극구 반대했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꺽지 못했습니다. ”
그해 2월 중순 어느 날.
안문석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장(고려대 부총장역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장 역임, 현 고려대 명예교수, 정부3.0자문단장)을 비롯한 특위위원들은 조선 호텔에서 조찬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날 새벽 서울에 폭설이 쏟아졌다. 시내에서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폭설을 흠뻑 뒤집어 채 회의에 전원 참석했다.
안 위원장의 회고.
“그날 회의에서 ‘특위 위원은 전자정부 특공대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일하자. 위원장인 나는 ’전자정부 특공대장’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 특위위원들은 전자정부를 완성하는 날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뭉쳐 일을 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임명장이나 위촉장도 받지 않았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자정부 업무추진에 전권(全權)을 행사했다. 이론만 따지는 책상머리 교수들과는 천지차이였다.
안 위원장의 이어진 증언.
“특위위원회는 한시적 기구여서 저는 임명장이나 위촉장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에 업무에 관한한 전권을 저에게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야 각부처의 칸막이를 없애고 전자정부 비전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특위활동을 직접 챙기면서 많이 도와줬습니다. 전자정부 회의도 청와대 별관 회의실에서 열었습니다.”
[이현덕의 정보통신부]<325> DJ, "오늘은 기쁘고 뜻 깊은 날" (0) | 2014.11.26 |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324>안문석 위원장, 승합차안에서도 회의 (0) | 2014.11.22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322>-사이버코리아 21에서 '창조'라는 말 사용 (0) | 2014.10.14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321>-DJ ,"앞으로 뭘하면 좋을까?" (0) | 2014.10.07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320>-남궁 석 정통부 장관 (0) | 201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