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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411> '마지막 정보통신인 신년회'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8. 5.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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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6일 오후 5.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는 ‘2008년 정보통신인 신년인사회(사진)가 열렸다.

신년회 직전 정통부 폐지안을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현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이 발표했다. 신년회 분위기가 망년회 기분으로 변했다. 신의 심술(心術)치고는 고약했다.

 

유영환 정통부 장관(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의 표정은 침통했다.

십이간지 순서를 정할 때 원래 소가 1등이었지만 소뿔에 매달려왔던 쥐가 1등을 했습니다.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을 보면서 우리가 소처럼 우직해서만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정통부가 그동안 ICT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결국 정통부 해체라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자 십이간지 설화를 들어 인수위를 비판한 것이다.

 

유 장관은 “(정통부) 해체를 발표하는 날 이 자리에 서있으니 착잡하고 송구스럽다“IT는 다른 산업과 달리 동반 성장을 해나가는 산업인데, 산업 간 연결 고리가 끊어져 성장 동력을 잃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통부 출범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현 한국IT리더스포럼 회장)인수위 외과 의사들이 정통부를 세 가닥으로 수술해 버렸고 대부분의 정보통신인들은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수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 현직 장. 차관, ICT 최고 경영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ICT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통부 폐지를 막을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회 입법처리 과정에서 정통부를 살리는 안이고 다른 하나는 인수위가 수정안을 내는 안이었다.

 

특히 윤동윤 장관을 비롯한 신윤식(현 정보환경연구원 회장). 이계철(방송통신위원장 역임), 박성득(한국해킹보안협회장) 등 전직 차관들이 국회와 인수위 등을 뛰어다니며 정통부 살리기에 앞장섰다. 정통부 폐지를 반대하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윤동윤 전 장관의 증언.

당시 국회와 인수위에 정통부 폐지는 절대 안 된다는 탄원서를 전달했습니다. 국회에서 유인태 행정자치위원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정통부 해체에 반대했습니다. 인수위에서 이경숙 위원장을 못 만나고 김형오 부위원장(국회의장 역임. 현 부산대 석좌교수)을 만났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만난 뒤 저와 둘이 면담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자기 소관이 아니어서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만 했습니다.”

 

탄원서는 석호익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현 통일IT포럼회장)이 작성했다. 석 원장은 노준형(현 김앤장 고문), 유영환 전 장관과 행정고시 21회 동기였다. 그는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대선에서 정부조직개편론이 거론될 것에 대비해 정보통신 미래상과 ICT를 통한 성장과 고용, 정보통신 융합방안이 담긴 정보통신발전 비전 수립을 노준형 장관에게 제안했다.

 

석 전 원장의 회고.

노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겠다고 하니까 혼자 장관실에서 하라고 하더군요. 저를 배려해서죠. 그 자리에서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 연구원에 30억 원을 지원해 주면 비전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노 장관이 선배님이 필요한대로 지원하겠다고 해 당시 유영환 차관과 해당 실,국장 등에 장관 지시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석 실장은 연구원 조직을 개편해 매주 회의를 주재하며 이 업무를 챙겼다. 하지만 중간에 이 일이 중단되고 말았다.

 

석 원장의 말.

이한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만났더니 한나라당 정보통신 공약을 만들어 달라고 해요. 그래서 국책연구원장이 야당 정책을 만들어 줄 수 는 없다. 그 대신 공식 발표자료는 줄 수 있다며 자료를 준 적이 있습니다. 최경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경제부총리)ICT 전문가 두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비전을 만들어 대선주자들에게 제시했더라면 정통부 폐지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일했던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KISDI원장 역임)의 증언.

당시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 모델로 참고한 것은 일본 하시모토 류타로 정부였습니다. 일본은 120.청을 112.청으로 과감히 줄였습니다. 이명박 당선인 주변에 정통부 입장을 대변할 인물이 없었습니다. 재무부나 경제기획원, 산자부 출신이 정통부 입장을 대변할리는 없지 않습니까. “

 

그해 118일 이명박 당선인은 새 정부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윤호 전 LG경제연구원장(주 러시아대사 역임)을 발탁했다.

 

형태근 당시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방통위 상임위원 역임, 현 동양대 석좌교수)의 증언.

이명박 당선인이 처음 지식경제부장관으로 남중수 KT사장(현 대림대 총장)을 지목한 것으로 압니다. 남 사장이 왜 그 제안을 거부했는지는 모릅니다. 5년 단임제 정부에서 부처가 살아남으려면 실적을 내야 한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당시 정통부 페지와 관련해 진대제 장관(현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토먼트 회장)과 인수위 참여 모 장관과의 갈등설 등 각종 설이 난무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그해 119.

김효석 대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정통부 폐지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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