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입원실 24시 <3>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20. 2. 12. 11:24

본문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을 길고 피곤한 사람에게 길을 멀다

 

법구경(法句經) 우암품에 나오는 말이다.

 

입원실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 보니 이 말이 가슴에 와 안겼다.

감빡 자고 눈을 떠면 겨우 30분이 지났다. 이를 몇 번 반복해도 시계 바늘은 새벽 2시다.

답답한 마음에 일어나 창가로 나가 밖을 내다 보았다.

 

새벽을 달리는 택시가 간간히 보였다. 도로변 가로등만 외롭게 잠을 지켰다. 오가는 이도 보이지 않았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밤은 얼마나 길까. 잠 못 이루는 고통이 얼마나 심할 까.

 

건강이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하다고 자만하다 건강이 나쁘면 결국 자기 손해다. 병원비 들고 고생한다. 건강은 예방이 최선이다. 작은 병도 그냥 방치하면 위험하다.

 

그동안 나는 건강 관리에 소흘했다. 서울 근교로 이사온지 몇해만에 올해는 날씨 포근해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산아래 주택이어서 바람이 많이 불었다. 게다다 중국 미세먼지로 인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출을 자제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계속 늘었다. 정상 체중보다 4Kg정도 증가했다. 체중이 늘어니니 행동이 둔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빴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

그러다 발병한 것이다.

 

병실의 하루는 단조롭다. 가령 내가 큰 수술을 한 것도 아니고 급성이지만 그렇다고 위중한 병도 아니다. 어중간한 병이다. 하루종일 맞는 일이 게 주사다. 수분 섭취를 많이 하고 푹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항생제와 해열제를 번갈아 맞고 수액을 계속 투여했다. 밤에 잠을 못자니 낮에 졸려 잠시 잠을 잤다. 낮잠을 자니 저녁에 잠이 올리 없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왼쪽 팔목이 시퍼렇다.

 

이 병은 다소 증세가 특이했다. 구토다. 어떻게 된 게 밥을 먹고 나면 구토를 했다. 심지어 물을 마셔도 구토가 났다. 자다가도 구역질이 나면 화장실에 가서 왝 왝구토를 했다. 오한이 들면 덩달아 딸국질이 났다.

 

이런 증세가 이틀간 계속했다. 항생제와 해열제를 처방해 오한이 사라지자 구토와 딸국질도 멈췄다. 구토와 딸국질이 그치자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웃 병실에서는 임산부가 입원한 것으로 오해했을지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왝왝거렸으니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아들이 집에서 내가 읽던 책을 가지고 왔다. 무료할테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책을 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을 할 수 없다. 건강해야 독서도 가능하다. 입원기간동안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여행. 맛집.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원실 24시 <5>  (0) 2020.02.29
입원실 24시 <4>  (0) 2020.02.16
입원실 24시<2>  (0) 2020.02.11
입원실 24시<1>  (0) 2020.02.10
호치민 가족여행<11> 호치민 노트르담 대성당  (1) 2019.12.3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