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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 24시<1>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20. 2. 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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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집에 가지 못했다. 대신 병실로 직행했다.

당장 입원하셔야 합니다

 

H병원 응급실 의사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일이 설날인데, 예상치 못한 일이다.

?”

검사결과 급성 신우신부염입니다. ”

 

과문한 탓에 내가 알지 못한 병명이다.

시간을 다투는 일입니다. 치료가 늦으면 신장에 치명타를 줍니다.”

 

몸살감기 증세를 보여 설 전날 오후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틀 전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다. 설날을 앞두고 집안 정리와 차례 준비, 조부님 기일 등 나름 바빴다.

 

응급실에 가지 하루 전 양쪽 옆구리가 아팠다. 인근 약국에서 파스를 사 아픈 부위에 붙였더니 통증이 사라지면서 시원했다.

 

그날 밤 밤새 오한에 시달렸다. 여기에 더해 구토와 딸꾹질을 계속했다. 얼마나 몸이 떨리는지 자정 이후 아참까지 한잠도 자지 못했다. 아침에 정신이 몽롱했다. 어질어질한데다 입맛이 소태껍질을 씹는 등 써 아침을 한 숟갈도 먹지 못했다. 물만 마셔도 토했다.

 

오후까지 이런 증상은 여전했다.

당장 병원으로 갑시다

내일이 설날이고 차례도 준비해야 하는데...”

증상이 이상하니 먼저 병원부터 갑시다

 

아내 채근에 못이겨 아들이 운전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 설 전날 오후 2시경. 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창구직원에게 접수를 했다. 증상을 말했다.

잠시 기다리세요

 

고열이어서 병원측은 혹시 코로바 바이러스 감염을 염려하는 듯 했다.

잠시 후 내 이름을 불렀다. 간호사가 나를 불러 자세한 증상을 재차 확인했다.

 

곧 이어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실 의사가 나를 진료했다. 진찰한 뒤 X레이와 CT촬영, 혈액과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를 진행했다.

감기증상인데 무슨 검사를 이렇게 하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응급실 침대에 누웠다. 그 사이 극심한 오한이 밀려왔다.

의사가 해열제를 처방해 주었다.

 

3시간여 후 검사결과가 나왔다.

의사가 내 침대로 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급성 신우신염이라고 했다. 세군이 콩팥을 공격중이라고 했다.

당장 입원안하면 신부전증으로 발전합니다.”

 

급성이라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입원하기로 했다.

입원 절차를 밟고 보안요원 안내를 받아 입원실로 올라갔다. 718. 2인실.

 

병실은 비어있었다. 설을 맞아 중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퇴원했고 일부는 회출을 나간 상태였다.

 

입원실은 작은 개인 물품대와 공용 냉장고, TV, 그리고 병실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 인근 매점에서 죽을 사다 먹고 아내와 아이들은 집으로 보냈다. 내일 설 차례는 간소하게 모시라고 했다. 한해를 보내는 섣달 그믐날을 입원실에서 나홀로 보냈다. 입원실 첫날 밤은 외롭고 처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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