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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매화 가지치기

전원일기

by 문성 2020. 3.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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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이다. 마른 대지 위로 새 봄이 나비처럼 살포시 내려 앉았다.  

 

오는 봄은 늘 반갑다. 봄이 왔음을 알리듯 텃밭에는 파릇파릇한 쑥이 고개를 쏘옥 내밀었다. 앙증맞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지 않다. 꽃샘 추위가 막판 심술을 부려도 이제 봄은 봄이다.

 

이번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새 봄이 왔건만 마음은 봄을 즐길 여유가 없다. 절기는 봄이지만 코로바19 사태로 인해 마음은 무겁고 엄동설한처럼 꽁꽁 얼었다. 경제도 어렵다. 봄을 반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나부터 가능한 외출을 자제한다. 굳이 오겠다는 사람도 없고 반기지도 않는데 기를 쓰고 나갈 생각도 없다.

 

답답하지만 뒷산에 등을 기대고 자연과 더불어 집안에서 지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절기 변화를 지켜보면서 괴롭고 힘들어도 결국은 다 지나갈거라고 나 스스로 위로한다.

 

 

봄이 오니 서툰 농사일을 시작해야 한다. 말이 농사지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먼저 매화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매화는 봄의 전령이다. 매화 가지가 봄 소식을 전한다. 매화 가지에 꽃망울이 맺히면 봄은 온 것이다.

 

가지치기는 지난해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유트브를 시청하며 가지치기하는 법을 자습했다. 얼치기 영농이지만 도리가 없었다. 그 일도 하고 나니 내 지식으로 쌓였다. 세상에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무슨 일이든지 해봐야 한다.

 

뭐가 뭔지 잘 모르면서 욤감하게 가지치기를 한 탓에 내심 걱정을 했다. 매실나무를 망친 게 아닌가해서다. 다행히 그런 우려를 불식하고 기대보다는 튼실한 매실을 지난해 수확했다.

 

매실은 잘 손질해 아내와 매실청을 담갔다. 가을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매실청을 한 병씩 나눠 주었다. 모두 좋아했다. 나눔은 기쁨이다.  

 

엊그제 오후 햇볕을 등뒤로 받으며 텃밭에 올라갔다밟히는 텃밭 흙이 보슬보슬했다.

 

지난해 경험을 되살려 매화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일단 위로 향하는 가지 아래

로 향한 가지 안으로 파고 드는 가지 겹치는 가지는 과감하게 잘랐다.

전문가들은 나무 형태를 낮게 하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위로 향하는 가지를 그대로 놔두는 바람에 여름 매실을 수확할 때 힘이 들었다.

 

꽃망울이 맺힌 매화 가지를 자르려니 자꾸 망설여진다. 그래도 전문가들 조언에 따라 과감하게 가지치를 했다. 어제 오후 다시 밭에 가서 보니 미흡한 점이 많았다. 다시 가지치기를 했다. 한 번 보다는 두 번 가지치기를 했더니 이발을 한 듯 매화 나무가 단정하다.

 

 

자른 매화 가기 중 꽃망울이 맺힌 가지는 집으로 가지고 왔다. 빈 병에 물을 채워 매실 매화 가지를 세워 놓았다. 하루 지나자 하얀 매회가 고개를 내밀었다. 집안에 봄이 가득하다.

 

이 세상에 고통없이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저 매화도 엄동설한을 이겼기에 움을 틔운 것이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코로나19도 지나 갈 게다. 매화를 보면서 희망을 생각한다. 봄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산자락이 하루가 다르게 초록 빛으로 물든다. 봄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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