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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회고"노무현, 정직하고 깨끗한 정치하려고 했다"

전직 대통령 이야기

by 문성 2010. 4. 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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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랑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꾀가 아닌 가슴으로 해야 한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사진)은 ‘살아 있는 한국정치사(史)’로 불린다. 원칙주의자로 성격이 대쪽같다.  역대 대통령한테도 쓴소리를 대놓고 했다.  "가슴으로 정치하라" 는 말은  이해나 시류에 민감한 정치인들에게 선배로서 하는 선물이다.  물론 이를 받아 들일 정치인이 얼마나 될지는 논외다.

그는  16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은 야인이다.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를 거쳐 31세 때인 1963년 6대 국회에 공화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국회의원 8선(選)을 기록했다.  한번 하기 힘든 국회의장도 2번이나 역임했다.


그는 2004년 회고록 ‘나의 정치인생 반세기-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문학사상사 출판)를 펴 낸바 있다.


 그 책에서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말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솔직하고 과묵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된 후 보니 말이 너무 많더라”며“‘과묵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다른 하나는 ‘코드 인사’ ‘코드 정치’와 관련한 것이다. 그는 “50년 가까이 함께 사는 마누라도 때때로 코드가 안 맞는 법”이라며 “화가 나면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욕 한마디하고 스스로 코드를 맞춰가며 참고 살아간다”면서 “대통령이 먼저 국민하고 코드를 맞추라”고 당부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에 대한 장단점을 털어 놓았다.

그 자신이 당당하지 못다면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인물평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담담하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물평을 했다.


이 전 의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소탈했고 권위주의가 없었고 용인술이 뛰어났다"고 기억을 더듬으면서 "하지만 유신은 하지 않았어야 한다. 내가 저 세상에 가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도 '유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제 말씀을 들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상대편 얘기가 옳으면 수용하는 아량과 판단력이 있었다"며 "6.29선언에 앞서 당시 김영삼, 이민우 총재는 선택적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는 대통령 직선제를 얘기했는데, 이를 수용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다만 "정권을 잡는 과정은 비민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돈 문제로 지금은 완전히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며 "그러나 중국, 러시아와의 국교정상화, 남북기본합의서 및 비핵화선언 등의 업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집념이 강하고 뭘 하겠다고 하면 기어이 하는 대통령'이라고 평하면서 "다만 임기말 우왕좌왕하고 소신없이 하다가 결국 자기 뜻대로 안된 일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머리가 참 좋았는데, 너무 좋은 게 탈이었다"며 "남북 화해.협력 업적은 역사의 평가를 받겠지만, 당시 국민여론보다 너무 앞서나갔고 북한과 돈 문제가 개입된 게 옥의 티"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굉장히 서민적이고 정직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려고 애를 썼다"며 "불행하게도 측근이나 가족 비리가 나와 본인이 굉장히 괴로왔을 것"이라고 말한 뒤 "몇 천 억원씩 받고도 철면피처럼 사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거기에 비하면 양심이 고왔다"고 평가했다.


이 전 의장은 18대 국회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종격투기장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사랑과 정치는 계산을 하면 안된다"며 "'이런 얘기를 하면 대통령에게 잘 보일 것이다, 출세할 것이다' 등의 계산을 하는 정치인은 기껏 장관 한 두 번 하는게 그만일 것"이라면서 정직하고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정치를 주문했다. 

세상살이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일한 만큼 평가받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 전의장의 말이 위만 쳐다보는 다수 국회의원들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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