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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그 시작과 끝 <31>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0. 8. 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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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한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정책방향은 체신부 시절부터 추진해 온 통신시장 개방 정책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체신부시절인 1990년 1차 통신사업 구조개편을 단행했고 1994년 6월 2차 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1,2차 통신사업 구조개편이 예령(豫令)에 해당했다면 이번에 발표한 정책기본방향은 동령(動令)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이 모두에게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기존 사업자 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점도 있었다. 시장에서 독점이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 격인 셈이다.

경상현 장관의 회고.

“ 이런 통신시장의 완전 개방 방침에 대해 일부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나고 보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책방향은 경 장관이 경제장관 확대회의에 보고하기 보름전에 정보통신부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정보통신부는 통신산업의 세계화와 국가기간 통신망의 안정, 그리고 WTO 기본통신협상에 따른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정책을 마련했다.


이 작업과 관련해 경 장관의 증언.

“저는 통신시장 진출에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고 능력있는 기업이면 누구나 통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사업허가 신청에 있어서 정부가 사전에 공고하는 방식을 없애도록 했습니다. 새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통신사업에 참여를 희망할 경우 과거와 달리 정부의 사전공고 없이 사업하가를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기본정책 입안의 핵심적인 역할은 정홍식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 차관. LG데이콤부회장 역임)이 맡았다.


정 실장의 회고록 증언.

“2000년 이후 우리나라 통신사업의 완전한 국제경쟁과 개방에 앞서 1998년까지 먼저 국내경쟁 체제를 도입하되 , 한국통신을 우리나라의 주도적 사어자로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또 2000년까지는 한국통신을 비롯한 3개 정도의 ‘종합통신사업자’를 육성할 수 있도록 사업자간의 M&A허용, 외국인 지분확대 등도 검토해 추진키로 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국민과 기업의 시각에서 모든 행정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당시 이 정책 입안의 라인은 정 실장과 강상훈 정책심의관(청와대 정보통신비서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역임), 이성옥 정책총괄과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역임. 현 한국정보산업협회 부회장), 김대희 사무관(현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조정실장) 등이었다. 여기에 통신개발연구원(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진이 가세했다. 이 연구는 최선규 규제정책연구팀장(현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가 주도했다.

 

 

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이성옥 정책총괄과장의 말.

“당시 경 장관은 ‘능력있는 기업은 통신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장관의 의지를 정 실장이 정책에 반영한 것입니다. 가능한 빨리 모든 통신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한 것입니다. 당시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일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마련한 방안은 95년 6월 29일 경 장관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하지만 언론 발표는 공보관실의 준비 등으로 인해 그해 7월 4일 오전 발표했다.

 

 

그날 오전. 정보통신부 기자실.

단정한 모습으로 감색양복차림의 경상현 장관이 기자실로 들어섰다.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경 장관은 사전 예고한 통신경쟁력강화를 위한 기본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담당 국장인 강 정책심의관이 정책내용을 설명하고 이어 경장관이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표한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대단히 높았다. 기자들 못지 않게 통신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정책내용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통신정책을 다루는 정보통신부의 일거수 일투족은 재계의 주목 대상이었다.

 

 

서영길 공보관(TU미디어사장 역임. 현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소장)의 기억.

“당시 이 정책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취재 열기가 높았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경 장관은 기자들과 일문 일답에서도 통신시장은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 중 일부)

-모든 통신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통신사업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이제 통신사업도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 사업수가 많다거나 수익성 여부는 사업자한테 맡겨야 한다. 그들이 판단하고 책임질 문제다. 정부는 엄정한 경쟁기반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지난해 2차 통신사업 구조개편에 이어 3차 개편을 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 각국의 통신시장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통신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신요금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토인요금에 대해서는 1차로 정뷰 규제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장기능에 맡긴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기본정책 방향의 핵심은 앞서 언급한 대로 통신사업 경쟁체제의 조기구축과 한국통신의 경쟁력 제고、통신사업자간 공정경쟁제도 확립 등 3가지였다.

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정책을 정함에 따라 재벌들의 통신사업권 쟁탈전은 삼복더위도 아랑곳없이 차츰 달아 올랐다. 이른바 통신대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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