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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상원사) 단풍

사찰기행

by 문성 2010. 10. 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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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의 주말 산사.산은 산이고 물은 물 뿐이다.  파란하늘 아래 산은 오색으로 물들었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거울처럼 맑았다.  가는 날이 잔칫날이었다.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한낮인데 광적전 앞에 무대가 설치돼 있고 노랫노리가 흥건했다. 오대산 불교문화축전이 열리고 있었다. 광적전에 들려 부처님께 참배하고 잠시 무대 뒤에 서서 축전을 구경했다. 무대에서 출연자가 내가 좋아하는 시를 노래로 부르고 있었다. 당나라 한산스님의 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하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자장율사는 중국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귀국해 월정사를 창건했다. 이후 1400여 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 성지로 자리잡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본사다.

 아침 6시 45분에 집을 나섰다. 주말 산사행은 실로 몇 년 만이다. 세속 일에서 헤어나지 못해 3-4년간 주말 산사행을 하지 못했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마음을 못 낸 탓이다.
마침 아내 생일이라 둘째와 설악산과 낙산사를 마음에 두고 출발했다. 큰 아이는 해외에서 공부중이다. 언젠가는 온 가족이 나들이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웬걸. 늦게 출발해서인지 도로가 주차장이었다. 휴계소마다 난리 북새통이었다. 문막 휴계소까자 주차 할 곳이 모자랐다.  결국 횡성 휴계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도리없이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로 목적지를 바꿨다.  다시 설악산을 가고 싶다면 최소한 5시 경 출발하면 좋을 듯 싶었다. 

  오대산에 자주 들렸다. 10여년 전에는 한겨울 눈이 솜이불처럼 하얗게 쌓인 월정사를 아내와 들린 적이 있다. 침묵만이 월정사를 지키고 있었다. 냉골같은 법당에서 한 보살이 홀로 부처님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날 월정사 현해 스님(현 회주스님)을 만나뵙고 대추차를 얻어 마셨다. 현해 스님의 저서인 법화경 요품해설집도 한 권 선물로 받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은은한 대추차 맛과 온통 백설로 뒤덮힌 사찰풍경은 또렷하게 각인돼 있다. 그런 날이면 부처님은 어떤 법어를 하실까. 

  먼저 상원사로 올라갔다. 월정사는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했다. 오대산은 이미 단풍이 물들었다. 자연이 그린 채색의 아름다움은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오대천을 따라 단풍이 병풍을 이뤘다. 흐르는 물이 맑아 바닥이 다 보였다.

워낙 인파가 몰리다 보니 도로 중간에서 공원관리공단 측이 차량을 통제했다.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걸었다. 상원사까지 3.5Km. 포장이 안된 흙길을 걸었다. 왕복 7Km. 그래도 좋았다.

 

 

상원사에는 국보 36호인 동종이 있다. 신라종인데 가장 오래된 종이다. 높이 1.67m다. 비천상이 새겨 있다. 상원사에는 세조와 관련한 일화가 많다. 문수전에는 세조의 등을 밀어주었다는 문수동자 상이 모셔 있다. 문수전 입구 계단 옆에는 고양이 석상이 서 있다. 세조의 목숨을 구해 준 고양이다. 세조는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상원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 상원사 올라가는 입구 왼편에는 세조가 자신의 어의(御衣)를 걸었다는 관대걸이가 있다. 아들에게 내력을 이야기 해주었다.

 

  적멸보궁은 아내가 힘들어 해 올라가지 못했다. 과거에는 자주 올라갔던 적멸보궁이다. 그곳에 가면 참새들이 손 위에 앉아 먹이를 먹고 날라가곤 했다. 지금도 그 참새들이 공중을 날고 있을까.

 문수전 옆에는 한암(1876∼1951) 스님의 초상이 모셔 있다. 1925년 서울 봉은사 조실로 있다가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 지언정 삼춘(三春)의 말 잘 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오대산으로 들어가셨다. 일본 조동종 사토 스님이 한국 불교계를 돌아본 뒤, 한암을 가리켜 “일본 전체에서도 볼 수 없는 도인이요, 세계에서 둘도 없는 인물”이라고 평한 바 있다.

스님은 1941년 조계종 초대 종정으로 추대돼 4년간 종단을 이끌었다. 스님은 열반시 좌탈하셨다. 앉아서 열반에 드신 것이다.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좌탈입망하신 사진을 걸어 놓았으나 이번에 가보니 그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사는 게 고행이라고 한다. 왜 이리 번뇌가 많은지 모르겠다.
도리를 다 하지니 힘에 부치고 안하자니 마음이 괴롭다.

오대산의 오색단풍도 이제 바람이 불면 땅에 떨어져 딩굴 것이다. 우리 삶도 그와 같다.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면 황혼기다. 그리고 소멸한다. 번뇌와 애착도 나와 더불어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이게 인연법이다.

  이 세상을 한산스님의 시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갈수 없느니 그 또한 중생의 한계다.
모처럼 먼 길 길을 걸어서인지 다리가 아프다. 귀경길도 막히기는 매일반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9시.  아내는 생각보다는 다리가 덜 아프다고 했다. 다만 종아리가 당긴다고 했다.

 오대산 단풍을 아름답고 상원사와 월정사 풍경소리는 청아했다.

오대산은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자 했을까. 오색단풍을 바람에 휘휘 날리며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했을까. 오대산 단풍은 소멸을 향해 진군중이다.   오대산에 가보라. 자연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곳에는 청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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