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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낙엽

사찰기행

by 문성 2010. 11. 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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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간 불법의 등을 켠 전등사傳燈寺).
국내 사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절이다. 최고의 고찰이란 의미다.

 그래서 인가.
전등사에는 세월의 흔적과 한, 역사, 전설이 한데 얽혀 공존하고 있다.

  전등사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정족산성 안에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111년(381년) 아도(阿道)화상이 창건했다.

 전등사라는 이름은 고려 충렬왕의 비 정화궁주(貞和宮主)가 이 절에 옥등(玉燈)을 시주한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불법(佛法)의 등불을 전한다’는 뜻으로, 즉 법맥을 잇는 것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문화재로는 대웅전(보물 제178호), 약사전(보물 제179호), 범종(보물 제393호)이 있으며, 대웅전 추녀 끝의 나부상(裸婦像)과 전등사와 세월을 같이한 고목 은행나무에 얽힌 전설이 유명하다.

  전등사에는 여인과 얽힌 전설이 다른 사찰보다 많다.

그 첫째가 나부상(사진)이다.

대웅보전 네 모서리 기둥 위에서 벌을 서는 모습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는 조각상이다.

그 전설은 대웅전 중수를 맡은 도편수가 달아난 여인에 대한 배반감을 나부상에 적용해 조각했다는 것이다 도편수가 그 여인에게 대웅전에서 평생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잘못을 참회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철종에 관한 전설이다.

  철종은 이조 25대 비운의 임금이다. 속명은 원범이다. 일명 강화도령이다. 그는 강화도령 시절 양순이란 처녀와 가깝게 지냈다. 전등사 명부전 아래 큰 바위가 하나 있다. 과거 강화도령 시절 나무를 하러 산에 왔다가 이곳에서 양순이와 쉬어 가곤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임금이 된 철종은 양순이를 못잊어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전등사에는 약사전(보물 179호)과 범종(보물 제393호) 등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史庫)가 있다.  

  아내와 둘 째 아이와 찾아 간 전등사에는 오색 단풍이 무르 익었다. 청청한 기상의 소나무와 울긋불긋 단풍이 색의 조화를 이루며 전등사를 둘러 싸고 있었다.  전등사 주변 길에는 노란 낙엽이 수북히 쌓였다.  

문득 옛일이 생각났다. 15년 전의 일인가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게다.  온 가족이 전등사에 들렸다가 남문 옆 털보네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마침  그곳 주인이 주걱에 아내 생일 기념으로 새겨 준 글귀를 둘 째가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옛 일이 생각나 혹시 그 집이 있나 해소 찾았으나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세월이 무심했다. 추억만 흔적없는 비석처럼 그 곳에 남고 사람은 없었다.  인연이 다했음인가. 

  전등사는 예전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대웅보전이나 약사전 등이 예전 모습 그대로다.
수도권의 큰 사찰에 가면 대웅전에 수십명 또는 수백명이 들어갈 정도로 넓고 화려하다. 하지만 전등사는 그렇지 않다. 대웅전에 20 여명만 들어가도 꽉 찰 정도였다. 법당의 참배도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약사전이나 지장전도 마찬가지였다. 세월의 흔적이 안개처럼 서려 있었다.

  문득 성장지상주의와 거대화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근거를 제시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거대한 대웅전의 건물이 아니라 비록 작은 대웅전이지만 그곳에서 걸림없는 마음, 무량한 자비를 가슴에 담을 수 있다면 외형의 건물이 무슨 소용이랴. 겉만 보고 상대를 평가하는 이 세상이 두렵다.

  전등사를 돌아 내려오면 전통잣집 죽림다원(竹林茶園)과 만난다. 입구 안내판에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찻집 주변에는 각종 화초를 심어 놓았다. 대추차 등 전통차를 파는데 내가 추천한다면 대추차다. 푹 삶아 우러낸 대추차 맛이 일품이다. 잠시 차 한잔을 마시며 바람과 낙엽과 무언의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다.  오늘은 차를 마시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 절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껏 마셨기 때문이다.

  전등사를 입구에는 음식점이 많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등사 입구에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6일과 7일 이틀간 열린다고 했다. 장터에 들어가 고구마(1만5천원)와 순무김치(1만원), 강화 막걸리(5천원)를 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장터에 손님이 별로 없었다. 흥과 멋이 넘치던 장터가 아니었다.  농산물을 팔던 60대의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전등사 가는 중간에 대명항이 있다. 예전에는 대명포구로 불렀다. 그곳에는  수산물직판장이 있다. 직판장 주변에는 바지락칼국수와 조개구이, 조개찜 집등이 많다. 횟집도 있다.  전등사 가는 길 옆에는 고구마와 강화특산물인 강화 순무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다.

  강화도로 가족과 가을 추억 여행을 떠나보라. 
그곳에 가면 천년 불법이 여여한 전등사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청정함과 전설, 낙엽, 풍성한 먹을거리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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