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일부 지역의 재보선이지만 여야는 표심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여야 고위층들이 표밭을 누비고 있다. 당락에 따라 그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판세를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돈다. 그러길래 평소 일을 똑 떨어지게 잘했어야 한다. 날마다 빈둥대며 놀다가 시험앞두고 벼락치기 공부하는 학생이나 날만 새면 자기들만의 정치놀음에 빠져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표달라고 굽실대는 정치인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왜 이 난리들인가. 국감도 뒷전으로 돌리고 선거운동에 올인하는 여야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후보자들도 과연 국민을 대리할 수 있는 자질의 소유자들인가. 혹시 권력추구나 순전히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의원을 생각하는 이는 없는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사람 됨됨이를 귀한 물건 고르듯이 하나 하나 꼼꼼하게 따져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한 번 뽑아놓으면 4년간은 아무리 엉뚱한 짓을 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물건은 반품을 할 수 있지만 사람은 반품 불가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직은 정말 좋은 자리라고 한다. 권한은 많고 책임질 일은 별로 없다. 국회의원은 각기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말한다. 행정부를 견제한다며 국감이면 목청을 높인다. 아니면 그만식의 발언을 해도 뒤탈이 없다.
오죽했으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도 국회의원직에 도전한다. 차관급인 국회위원보다 더 높은 직급인 전직 장관도 국회에 입성할 기회를 노린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국회의원은 법의 심판을 받거나 스스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선거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일반인들처럼 퇴직 걱정이 없다. 정년이란 게 없다. 누리는 혜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디가든 대접받고 큰소리 친다.
그러다보니 한 번 국회의원이 되면 ‘해병대’를 다녀온 것도 아닌데 ‘영원한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한다. 더 심한 것은 자신의 지역구를 자식에게 대(代)물림하는 부정(父情)에 투철한 국회의원도 있다. 18대 국회에도 그런 대를 이어받은 국회의원이 있다.
국회를 보는 국민의 눈초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노는 국회’, ‘파행 국회’, ‘법치 무시 국회’,‘투쟁 국회’ 등 비난을 살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자업자득이다.
재보선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선거에서 어떤 사람을 국민의 대리인으로 선택해야 할까.
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어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을 통해 정치인의 자질과 덕목에 관해 밝힌 바가 있다. 그는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 '열정과 책임감, 균형감각'을 제시했다. 열정은 헌신을 의미하며 책임은 통제와 조절력을 말한다. 균형감각은 내적 집중과 평정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자질을 가져야 바른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베버의 주장이다. 베버는 정치인은 합법적 폭력이라는 악마적 수단을 행사하지만 부단히 천사처럼 대의의 실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버는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권력이 ‘대의’를 위한 헌신이 아니라, 객관성을 상실한 채 오직 개인적 욕심을 달성하기 일에 목표를 두는 순간 그는 정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람일수록 말로는 국민을 언제나 앞에 내 세운다.
적어도 국민을 대신하려는 사람이라면 우선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이나 국가의 이익을 따지는 사람이 돼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세상이 바뀐다.
과연 재보선에 나온 후보자들은 이런 자질을 가졌는가. 열정이나 책임감, 균형감각도 없이 그저 선거때만 되면 자신의 이익을 이해, 아니면 출세하기 위해 표를 달라고 하는 사람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자격 미달의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내 발등을 도끼로 찍는 일이나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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