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언어 구사력은 대단하다.
정치인의 말한마디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은 이처럼 양날의 칼이다.
최근에도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의 말이 화제가 됐다. 피감기관에서 질문한 국회의원을 향해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하자 “존경 안해도 좋다”고 한 이도 있다. 존경한다는 말의 희화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 중 아직도 “본 의원”이란 말을 사용하는 이가 많다. 물론 모든 국회의원이 이 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구성원이다. 흔히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행정부에 따질 일도 많고 질책 할 점도 많다.
그러나 권위적인 말투는 바람직하지 않다. “본 의원...”이란 말도 상투적이어서 듣기에 좋지 않다.
본(本)이란 단어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사전에는 ‘어떤 대상이 말하는 이와 직접 관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본 협회’나 ‘본 사건’ 등 관형사로 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국회의원들도 바뀌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변했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말투도 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본 의원이 질문한 사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피감 기관장에게 물었다고 치자. 그 기관장이 “본인의 생각은...”이라고 대답했다고 가정해 보라.
우습지 않겠는가. 그런 기관장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만약 그런 대답을 했다면 국회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을 것이다. 국회를 우습게 보는 무례한 발언이라고 질타했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국정 책임자가 “본인은...”식으로 말했다. 연설이나 담화를 발표할 때 의례 "본인은..."이라며 말문을 열었따. 요즘은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본 대통령은... ”혹은 “본 장관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조차 오늘(19일) 26차 라디오연설에서 “저는 ”혹은 “제가 ”라고 말했다. 다른 연설에서도 그렇게 표현했다.
국회의원들도 본 의원대신 “제가”라고 말한다면 휠씬 품위있고 겸손해 보일 것이다.
“제가”, “저”라고 말했다고 그 국회의원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의 인격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이 말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말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겸손하면서도 향기나는 말의 정치를 해야 한다.
이제 국회에서 "본 의원..."이란 말은 버릴 때다.
청와대 사람들의 탈선 (0) | 2009.10.21 |
---|---|
어떤 리더십인가 (0) | 2009.10.20 |
"열정도,책임감도 없으면서 표만 달라고" (0) | 2009.10.17 |
속터지는 국감장 풍경 (0) | 2009.10.13 |
장수(長壽) 장관, 단명(短命) 장관 (0) | 2009.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