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근무자는 한마디로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실제 청와대는 ‘5무(無)원칙’이라는 불문율이 있었다고 한다(만취한 권력. 윤창중 저). 외부에서 공짜 밥을 얻어 먹지 않고 명함이 없으며 전과가 없다. 그리고 남 앞에 나서지 않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곧장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근무자들은 임명 절차가 까다롭다. 신원조회도 엄격해 시일도 오래 걸렸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경우 신원조회 기간만 2개월이상 걸렸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말할 것도 없고 도로교통법 위반도 청와대 근무자의 탈락 이유에 속했다. 만약 이런 일이 있는 사람은 아예 청와대 근무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은 능력이나 개인 생활에서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그야말로 ‘무결점 인재들’이었다. 과거 청와대 근무자는 같은 직급이라도 계급이 정부부처보다 한 단계 높았다.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정부부처로 나갈 때는 승진해 나가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 그만큼 청와대 근무자는 자긍심을 가지고 처신에 신중했다.
군사정권까지는 청와대 비서실은 이런 원칙을 엄격히 적용했고 각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근무했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부터 대통령의 개인적인 인연과 비선 조직 등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이런 원칙이 차츰 무너졌다. 청와대 근무자들이 명함을 들고 다니고 일부는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았다. 전과를 가진 이들도 청와대에 들어갔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이 각종 구설에 연이어 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파견돼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서 일하고 있던 이 모 행정관은 지난 달 29일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와 요금문제 등으로 시비를 벌였다. 이 행정관은 기사를 끌어내리고 차를 발로 차며 욕설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리다가 택시 기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이 행정관에 대해 엄중 경고한 뒤 기재부로 원대복귀시켰다.
이에 앞서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기능직 공무원인 송 모 씨는 맞선을 본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곧바로 사표가 수리된 바 있다. 기본도 안된 사람이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민간 기업 임직원들에게 250억 원의 기금 조성을 종용했다 논란을 빚은 방송통신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도 있었다. 또 비서관실과의 업무조정 문제로 청와대 경내에서 욕설 파문을 일으킨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이 모 비서관도 구설에 올랐다.
대통령이 기강해이를 질타해도 별 효과가 없다. 이들에 대한 징계도 가벼워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을 받는다. 대통령 비서실조차 기강해이 사태가 잇따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이런 탈선을 근절하지 않으면 동경의 대상이던 청와대 근무가 이제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필연이다. 몇 사람의 일탈이 정도를 걷는 청와대 근무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청와대 기강이 서릿발처럼 처럼 엄격하지 않으면 이 나라 기강은 절대 바로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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