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감은 마치 해장국처럼 국민의 답답한 속을 확풀어 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 국민의 가려운 곳, 궁금한 것은 풀어주는 만능열쇠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대난망이다. 민생국감을 한다고 떠들더니 빈말이다. 국감장에서 꼴불견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치밀어 오른다.
이런 국감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열받고 속터지는 것은 국민이다. 가려운 곳을 끍지 않고 엉뚱한 곳을 건드리면 국회의원도 욕을 먹어야 한다. 제대로 준비한 국회의원이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말로만 한 건 하려고 한다.
질의시간이 모자란다면서 속보이는 치레성 발언은 왜 그침이 없는가. 브레이크가 없단 말인가. 가장 역겹게 들리는 것이 “존경하는 000의원님”이란 말이다. 자다가도 헛웃음이 절로 나올 일이다. 국회의원이 앵무새도 아닌데 그 말은 거의 빼놓지 않는다. 아이들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그렇게 해 놓고는 정치적 이해가 다르면 상대를 향해 삿대질하고, 욱박지르고, 심지어 욕설까지 퍼붓는다.
국회에서는 그런 식으로 상대를 존경하는지 알 수 없다. 이제 속보이고 입에 발린 그런 말을 국회의원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존경해야지 자기들끼리 존경한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넌센스다.
피감기관에 질문을 할 때마다 자신의 지역구와 이름을 빼놓지 않는데 이것도 귀에 거슬린다.
“00출신 000의원입니다” 정말 식상하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자신이 밝히지 않아도 위원장이 순서가 되면 소개해서 다 안다. 그런데도 몇 번씩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럴 시간에 현안에 관한 질문을 하나 더 해야하지 않을까. 칭찬도 세 번이상 들으면 화를 낸다는데 같은 국회의원의 지역구와 이름을 하루에 몇 번 씩 녹음기 틀듯 반복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방송에 자막으로 질문자 이름과 지역구를 처리하는 게 좋겠다. 가령 시사토론이 나온 사람이 발언할 때마다 자기 소개를 한다고 가정해 보라. 당장 혀를 차며 채널을 돌리고 말 것이다.
다음은 국감장을 비우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오늘(13일)은 한 의원이 국감장에서 졸다 카메라에 잡혔다. 어이없는 일이다. 피감기관의 사람이 자리에서 졸았으면 아마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국회를 경시한다”면서 호통을 쳤을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이런 국회의원은 국민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피감기관 사람들은 종일 기다리는데 어느 국감장은 국회의원 서너 명이 앉아 질문하는 일도 있다. 피감기관 공무원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남의 잘못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질문만 끝내면 거의 자리를 비운다.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아예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정부측 답변을 듣지 않는 사람도 있다. 논리에 밀리면 호통치고 삿대질하고 억지소리하는 일도 없지 않다. 국민이 볼 때는 한심하다.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기본이 안돼 있는 무성의한 태도다. 오만한 자세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처삼촌 벌초하듯이’ 건성으로 국정감사를 한다. 핵심을 벗어나 곁가지 질문이 많다. 정곡을 따지려면 철저히 준비해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준비를 안했으니 제대로 질문을 할 수가 없다.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마음으로 헤아리고 , 국민의 입으로 국정을 따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여당은 정부 감싸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국민과 궁금해 하고 실실행활과 직결되는 문제를 파고 들지 못한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보는 사람은 울화가 치민다. 일부는 황당한 의혹제기에 치중하는 경우도 있다. 직무 태만이다.
더 한심한 것은 하나마나한 질문을 하거나 언론에 난 내용을 가지고 겉핡기식 질문을 하는 경우다. 여기에 더해 은근슬쩍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는 낯이 두꺼운 국회의원의 행태다. 그런 사람은 앞으로 퇴출시켜 해당 도나 시의 의원으로 보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철저히 준비하고 현안을 질문해야 피감기관도 긴장하는 법이다. 철저히 준비해 정책자료집을 내는 국회의원도 있다. 국회의원의 질문내용이 곧 그 사람의 수준이다. 요즘 피감기관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두루뭉슬하게 대답하는 것도 그것이 통하기 때문이다. 바둑도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대국하는 법이다. 고수앞에 묘수가 있을리 없다.
물론 법으로 국감은 20일만 하고 그 대상이 478개 기관이나 돼 국회의원이 모든 업무를 파악해 송곳 질문을 하는데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부활한 것이 지난 88년이다. 만약 제도상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피감기관이 20일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상시 국감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위기모면식 답변은 더 이상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질문과 답변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공개해야 한다. 자신의 발언과 답변에 책임을 지고 사후 실행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자료공유, 중복질의 방지, 정책 대안 제시 등으로 국민의 삶 향상과 정책의 오류를 막는 국감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속을 터지게 하는 꼴불견 국감장 풍경을 보고 싶지 않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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