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노사분규에 대한 정부 대응은 5월19일을 기점으로 강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국제언론인회(IPI)한국위원회 이사진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한국통신사태에 관해 “국가전복 저의가 잇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법을 어기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 정부는 이번사태를 단순한 노사분규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로 보고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경 방침을 밝혔다.
김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있고 난후 각 부처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후 홍재형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현 민주당 국회부의장)과 경상현 정보통신부 장관, 이형구 노동부 장관(세종대 정보통신대학원장 역임), 박운서 상공부 차관(파워콤 회장 역임) 등 4개 부처는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모처럼 경제적 호기가 불법사태로 얼룩지지 않도록 사용자와 근로자, 그리고 국민이 산업평화 정착에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하면서 ’한국통신의 경우 불법파업에 대비해 통신망 안정운용 대책도 면밀히 검토 준비하겟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한국통신에서 불법 폭력행위가 일어나는 것는 용납할 수없다”면서 “ 한국통조 노조간부 등을 업무방해와 기물손괴, 폭력행위 등의 협의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수석들과 만찬을 했다. 김 대통령은 식사도중 한국통신의 노사사태를 TV로 보고 “저렇게 되도록 놔 두었느냐”고 질책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납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경 장관의 처지가 가장 난감했다.
경 장관은 이날 만찬이 끝난 밤 10시경 정보통신부로 돌아와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한국통신 사태가 악화되자 우크라이나를 방문중이던 이계철 정통부차관(한국통신 사장 역임)이 예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한국통신 노조는 20일 오전 정부와 한국통신측에 10일간의 냉각기간을 갖자고 제의하면서 모든 단체 행동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전국 3백27개 지부에서 벌이는 농성을 해제했다.
경상현 장관은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 측 제의를 일축했다.
한국통신 사태는 정부의 강경방침과 노조의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으로 이어졌다.
95년 5월 21일 서울경찰청은 한국통신이 업무방해 등 협의로 고소 고발한 한국통신 노조위원장 유덕상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역임. 현 KT춘천지사근무)씨 등 노조간부 64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이튼날 노조 간부들은 명동성당과 조계사로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노사분규가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경 장관은 5월26일 조백제 한국통신 사장과 함께 한국통신 노조간부들이 농성중인 명동성당과 조계사를 잇따라 방문해 농성자들이 나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종교계는 이를 거부했다.
경장관의 회고.
“관련 스님과 신부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감사원이 한국통신에 대한 감사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국통신이 예산의 부당전용과 방만경영을 했다며 조 사장의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사장은 강력 반발했다.
이와 관련한 경장관의 기억.
이 무렵 서울 신라호텔에서 APEC정보.통신장관회의가 열렸다. 30일 저녁 회의를 마친 경장관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자리에 조사장이 들어왔다. 국제회의를 무사히 마친 후여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맥주를 한 잔 마시며 TV를 시청하는데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도가 나왔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한국통신 사장의 추천권자인 경 장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경 장관도 사전에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조 사장. 나도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감사원 감사에 대한 조 사장의 증언.
“감사원의 발표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엉터리 감사이자 왜곡 발표였습니다. 방만 경영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준 것을 말하는데 저는 취임 후 전임자 수를 80명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그 당시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은 기업은 없었어요. 잘못한 점을 지적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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