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다시 봐도 제목이 멋있다.
설 연휴에 또 읽었다. 다시 읽어도 감동을 준다. 조정래 작가 생활 40년 자전 에세이란 부제가 붙었다.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보자.
“이 책이 앞으로 문학의 길을 가고자 하는 젊은이나 삶의 길벗을 찾는 젋은이들에게 작은 디딤돌이 되거나 미약하나마 한줄이 빛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미지의 그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수 있다면 나의 문학 인생 40년은 새롭게 뜻깊어 질 것이다”
이 책은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과 관련해 못다한 이야기를 대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쓴 조정래 선생의 글이다. 조 선생은 이 책에 자신의 인생론, 문학론, 작품론을 모두 담아냈다.
그는 글쓰기란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며 “글을 쓰면서 정말 잘 썼다는 성취와 충일감이 없으면 쓸 수 없다”고 했다. 감옥은 감옥이되 황홀한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문학도가 그런 황홀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경험적 조언은 값지다. 그는 삼다(三多)를 강조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국어사전을 있는대로 구비하라, 베껴쓰되 자신의 문체를 만들어라, 개성적인 인물을 만들어라, 디테일에 집중하라, 재능보다 노력을 믿어라 등 문장론은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감동 깊은 작품을 쓰고, 오래도록 행복한 작가 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기필코 3인칭 소설을 습작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작품을 쓰기전에 치열하게 취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작품을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개성이 없거나 상투적인 문장을 배제하고 한 문장은 세번 씩 생각하고 쓴다고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태백산맥’과 관련해선 “왜 하필 태백산맥과 같은 작품을 썼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1부가 단행본으로 출간됐을 때 “뜨거운 반응이란 게 이런 것인가보다고 실감하게 됐다”고 적었다.
분단의 사회적 요구와 관심이 높은데 스스로도 놀랐다며, 태백산맥은 어느 쪽을 편들자고 쓴 게 아니라 객관적 시각으로 양쪽의 모순, 문제점, 잘못 같은 것을 냉정하게 보고 비판하려 한 것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의 삶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에세이는 그의 평소 신념을 곧고 일관되게 담아냈다. “소설은 인간사에 남겨지게 되는 중요한 기록 중의 하나”라는 역사적 소명으로서의 글쓰기의 강조는 시시껄렁해지는 오늘날 소설에 새삼 소설의 본질을 일깨운다. 그는 잡기는 하나도 하지 않는다. 술도 마시지 않는다. 작품 구성에 방해가 되는 까닭이다.
남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면 남보다 2-3배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글 쓰는 이들이 서재에 꽂아 놓고 수시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시사IN 발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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