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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꿇은 이명박 대통령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11. 3. 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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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 보기 어려운 역사의 기록물을 남겼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3일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통성(通聲)기도 모습(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문득 엄기영 전MBC사장이 앵커시절 하던 말이 떠 올랐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대통령의 체통이 말이 아니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들이
 사진만 보면 대통령이 무슨 일을 잘못해 벌받거나 아니면 사죄하는 모습으로 오해할 정도다. 
 



역대 어느대통령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개인적인 종교행사도 아닌 공식행사에서  대통령 부부의 이런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모르긴 해도 이 대통령의 무릎 꿇은 사진은  퇴임후에도 두고 두고 입방아에 오르 내릴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합심(合心)기도 순서를 인도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일부는 종교인으로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은 탓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지만 그것은 특정 종교의 편향된 시각이다. 모든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행동하나 말 한마디는 정치행위고 국가를 대표한다.  대통령의 언행은 사전에 참모들이 조율하고 마치 각본을 짠 듯 행동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경우 사전에 청와대측과 조율해 각본대로 대통령이 행동한다. 대통령은 자연인이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국격의 상징이다. 

 

가령 어떤 행사이건 입장할 때 어디를 보면서 손을 어떻게 흔들며 어디쯤가서 손을 내리고 참석자들과 악수는 누구와 시작해 누구까지 한 후 자리에 앉는다는 식이다. 이런 것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사전에 다 준비해 대통령에게 충분히 숙지시키는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행사에 우연이란 없는 법이다. 다 계획되고 통제된 상황에서 대통령은 행동한다.  대통령의 말이나 행동은 자로 잰듯 계산적이다. 뒷탈을 생각해서다.

 

이번 일은 참으로 어이없고 놀랍다. 대통령을 희화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주최측의 돌발행동으로 이런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누굴 위한 일인가.  청와대 참모들이 어떻게 했길래 이런 사태를 빚게 만들었는가. 과거 정부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대통령을 무릎꿇게 하다니. 도대체 저의가 뭐냐”고 불러다 배경까지 조사했을 것이다. 경호책임자나 의전비서관은 문책당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사전에 비서실과 경호실에서 내용과 절차, 경호 등을 사전에 조율한다. 청와대가 나사가 풀린 듯하다. 길 목사는 멋대로 대통령을 무릎꿇게 해도 되는 일인가. 오만한 종교인의 태도다.

 

대통령의 권위가 이정도로 가볍다면 앞으로 대통령 행사는 예측불가의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길목사가 통성기도를 제안하듯 만약 불교행사에 가서 스님이 삼배(三拜)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오체투지를 하자고 하면 따를 것인가. 길 목사가 돌출행동을 했다면 그는 사과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이전에 국가원수다. 특정종교 목사가 대통령의 체통을 훼손시켰다면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이런 일은 종교간 갈등의 씨앗이 된다. 벌써 불교계는 "대통령이 체통좀 지켜라" "기독교만을 위한 대통령이 국민통합 운운하는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불교 매체들은 이번 일에 대해 비난일색이다. 이것은 불필요한 국력낭비요 국론분열이다. 더욱이 종교계가 갈등을 부추키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청와대 참모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대통령 안위와 더불어 국격과 품격에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을 잘 보좌하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이번 일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체통을 구기게 만들었다. 국민의 자존심도 말이 아니다.


엄기영씨의 멘트처럼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종교계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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