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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67>

암자일기

by 문성 2011. 3. 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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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


 

세상살이가 그렇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아침 공양을 끝내고 풀어 놓았던 짐을 챙겼다. 짐이래야 책과 옷가지가 전부였다.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섰다.


한 달여 사이 산사 생활이 몸에 익었다.
 처음의 낯섬이 이제는 익숙함으로 변했다. 어쩌면 도시 생활이 서먹할지도 모른다.


한여름을 억척스럽게 울어대던 매미소리도 다소 힘이 빠진듯 했다.

대웅전과 지장전, 나한전 등에 들려 참배했다. 작별의 참배였다.

주지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108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이제 돌아가면 언제 이곳에 다시 올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길상암 아래 불광보탑과 미륵불 등에도 참배했다.


명진교를 건너 돌아서 길상암 쪽을 쳐다 보았다. 묘길봉이 떠나는 나를 내려도 보고 있었다.
그위로 하얀 뭉게 구름이 모였다 헤어졌다 하며 그림을 그렸다. 바로 인연의 상징이다.


돌아서서 길상암을 향해 삼배를 했다. 그 때 길상암에서 사사 예불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어 목탁과 함께 주지 스님의 염불소리가 들렸다. 이별의 아쉬움이 염불에 녹아 있었다.

“계향, 정향, 혜향,해탈향 ”

청아한 염불소리는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하늘 저 멀리 울려 퍼졌다.
서울로 향하는 나를 가야산 솔향기를 담뿍 머금은 솔바람이 뒤쫒아 오며 ‘ 잘가라’고 배웅했다.


불현듯 당나라 한산 스님의 시가 내 가슴으로 달려와 덥석 안겼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음도 벗어 놓고/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시절 인연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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