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낙엽따라 천상으로 떠난 친구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09. 11. 7. 19:17

본문

 삶은 회자정리(會者定離)입니다.
 만났으니 헤어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태어났으니 죽는 것도 인간의 운명입니다. 이게 세상 이치요 인간의 숙명이죠. 


노란 은행잎이 가을 바람에 외롭게 흩날리는 어제 오후.
고향 벗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무슨 일인가.

뜻밖에도 친구의 부음이었습니다.
"10여일 전에도 친구들과 만나 소주잔을 나누었다고 한던데 죽음이라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이 허무하다고 하지만 막상 친한 벗의 부음을 듣고 보니 한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야 무엇이 급해 이 좋은 절기에 그렇게 떠났는 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탄식입니다

그 순간 고향의 초등학교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그와는 시골 고향에서 같이 자랐습니다. 호롱불 켜고 살던 오지가 고향입니다. 검정 고무신 신고 초등학교 6년을 같은 반에서 딩굴었습니다.

  미운정 고운정이 비빔밥처럼 얽힌 소중하고 귀한 인연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생활이 곤궁해 점심을 굶는 것이 일상사였습니다. 학교에 축구공이 없이 아이들이 단체로 나무를 해 팔아 공을 산 적도 있습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같지만 그 때는 그랬습니다.  회고하면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들입니다.

 그 후 학창시절을 거쳐 사회인으로서 그의 연애시절을 옆에서 지켜봤고 결혼식 때는 제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그 친구 가족와 같이 대공원에 놀러 간 적도 있습니다. 저는 미혼이었습니다. 그가 아이 둘 낳고 직장 생활하는 모습도 지켜 보았지요.


 서울에 사는 시골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면 만나 과거 추억을 안주 삼아 소주잔도 나누었지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사는 친구였습니다. 처신이 반듯해 남한테 부담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힘들 때는 '힘내라'며 격려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 때 건강이 나빠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모임에 빠졌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일정 주기로 만나 산행도 하고 술도 마시며 서로 정을 나누었답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 몰래 혼자 흐르는 눈물을 손 등으로 훔쳤습니다. 자꾸 눈물이 나더군요. 이제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며 사는 일이 더 많아지겠더군요.


  그동안 숱한 생사의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을 울음속에 저 멀리 보내 드렸습니다, 직장 선, 후배. 사회생활에서 인연 맺은 분들의 마지막 길도 지켜보았습니다.

 그가 누워있는 병원에 가서 영정 앞에 향을 피웠습니다. 술도 한 잔 권했습니다.


 그 친구는 사진속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갑다는 말과 못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와는 이제 만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내가 갈 수 없는, 그 만이 아는 길을 갔습니다.

그와의 사이에는 회한과 눈물만 흐를 뿐입니니다.  그가 가족과 벗들의 눈물을 그는 알까요.  그의 육신은 이제 영원한 쉼터에서 걸림이 없는 삶을 살겠지요. 세월이 흐르면 그에 대한 추억도 색이 바랄 것입니다.


조문을 끝내고 오는 길에 인근 사찰에 들렸습니다. 그의 극락왕생을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그는 남은 자의 가슴 속에 ‘추억’을 남겨 놓고 떠났습니다.

 

지는 낙엽의 말없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제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를 보내면서 남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숨 멈추면 그만인데, 남보다 더 가지고 더 누릴려고 아웅다웅 하는지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가 떠나면서 준 무언의 이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배려하면 살 생각입니다.  낙엽따라 떠난 그에게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

 “벗이여 고이 잠드시게. 그동안 자네가 있어 즐거웠네.”   

우리도 저 낙엽처럼 언제가는 피었다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지는 인연이 서럽습니다. 이별은 언제나 아픔을 동반합니다. 

'여행. 맛집.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댓글에 담긴 의미  (0) 2009.11.25
아들이 올린 댓글  (1) 2009.11.09
'묵은지 맛' 선배들과의 점심 토크  (0) 2009.10.29
블로그 초보의 수다 "그래도 재미있다"  (2) 2009.10.26
가을 하늘  (0) 2009.10.1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