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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올린 댓글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09. 11. 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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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그림자가 내 주위를 빙빙 돈다.

지금은 자정을 넘겨 삼라만상이 휴식을 취하는 야심한 밤이다.  


어제 밤 10시경 호주에 나가 있는 아이에게 아내가 전화를 했다. 그 녀석 생일이 월요일이라 아내가 미리 전화를 했다.  전화가 끝나자 뜬금없이 아내가 물었다.

 

“아들이 올린 댓글 봤어요”

“무슨 댓글?. 내가 블로그 하는 것을 애가 모르는데...”

 큰 애는 내가 블르그를 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내가 블르고를 한다는 것을 아들한테 이야기 한 적이 없다. 아들은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호주로 공부하러 떠났다.

 아이가 아내한테 내 블로글에 댓글을 올렸는데 ‘전혀 알지 못하더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3개월 가량 된 블로그 초보다. 이제 겨우 사진과 글을 올리는 정도다. 그 것도 옛 직장 후배의 도움을 받아서다. 그런 과정을 얼마전 글로 썼더니 아들이 글을 읽고 댓글을 단 것이다.

 내용이 궁금해 블로그에 들어가 확인을 했다. 

“블로그 디자인은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제 딴에는 이런 저런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올린 댓글인 것이다. 이 글을 내가 건성으로 봐 넘기는 바람에 생긴 사단이다. 아들이 서운했을 수도 있다.

  아내는 나에게 “무심한 아버지”라며 “아들이 올린 댓글을 몰라 볼 수가 있느냐”고 타박했다. 그런 지청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큰 애는 생각이 깊다. 그러면서도 도전적이다. 주위에 친구들도 많다. 주로 가난한 친구다.  해외 친구들도 제법 있다. 중국과 태국. 홍콩 등등. 나는 그 녀석을 볼 때마다 ‘도깨비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무척 바쁜 애다. 그런 아들의 댓글을 받고 보니 이제 아들의 조언을 들어야 할 때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고생은 돈주고도 못 산다고 한다. 나는 많은 경험은 젊어서 해야 하고 그것은 그만큼 삶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고생해 본 자만이 남을 배려 할 수 있다. 내가 아들한테 원하는 그림이 있지만 그보다는 아들이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삶의 희열이요 성공의 지름길일터다.
나는 아들이 넓은 세상을 새처럼 날아 다니 길 바란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
  젊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경험하는 일이야말로 권장할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참모습과 맞닥뜨리이며, 삶의 다양한 수를 배우는 일이다. 아들의 삶은 아들의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 고생스럽게 공부하며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재주가 너무 많아 탈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다. 한 때 하라는 공부는 제쳐놓고 음악과 춤, 농구, 그림에 미쳐 속을 속인 적도 있다.


나는 아들만 둘이다. 작은 애는 대학생이다. 모두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작은 애는 제 형을 꼭 따라 한다. 예의바르고 성실하며 배려심이 남다르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제 형을 꼭 “형님”이라고 부른다. 이를 본 이웃에서 '혹시 서당에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헛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런 일이 전혀 없다.

 나는 두 아들이 세상 보는 눈과 세상을 담는 가슴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것도 인생살이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나 저나 두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일이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내도 같은 마음이다. 배움에는 때라는 게 있다. 나와 아내는 언제나 두 녀석을 눈 아래 놓고 산다.
 나이가 들어 두 놈은 저희들이 이젠 어른이 다 됐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와 아내는 항상 물가에 내다놓은 어린아이 같다. 기우라고 해도 나한테는 소용이 없다. 
  아내는 나보다 더 심하다. 자정이 지나면 꼭 전화를 해 "지금 어디있니?"하고 묻는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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