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누가 뭐래도 박근혜 당이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는 아니지만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당이란 의미다.
지난 4월 총선 승리 이후 당대표와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까지 친박계가 차지했다. 현직 대통령 못지 않은 당내 영향력이다. 여당 몫인 국회의장에 친박계 강창의 의원이 내정됐다. 이정도면 친박 권력 시대가 열렸다. 불과 몇 달전 비주류였던 친박계의 위상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좋은 시절 왔다고 친박계가 목에 힘주고 한 자리씩 차지하려고 혈안이라면 이건 망하는 길로 가는 접어든 것이다.
새누리당 비주류측은 당장 '박근혜 사당화'라고 비난했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6월 3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박 이정현 전 의원과 김진선 전 강원지사가 내정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8대 1 당 최고위원"이라며 "정말 막가는 구나. 깜이 엄마도 혀를 찬다"고 글을 올렸다.
친박계가 주요 당직을 싹쓸이 하고 국회의장까지 맡았으니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미워하며 닯는다'는 옛말처럼 이명박 정부 출범후 친이계가 모든 당직을 싹쓸이하던 일과 꼭 같다. 이명박 정부의 친이계 독식의 결과는 몰락이었다. 국민은 외면하고 청와대 눈치만 살핀 결과였다. 그로 인해 친이계가 득세할 당시 어깨 힘주고 정권 실세니 뭐다 하던 인사들은 거의 몰락했다. 총선에서 멸문지화를 당하다시피 했다. 국민의 눈 밖에 난 탓이다. 이재오만 겨우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권력독식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계의 논리는 간단하다. 일사불란난 체제를 유지해야 대권을 거머쥔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친박계 인사들이 통큰 정치를 할 그릇이 될까. 역지사지로 국민을 보는 혜안을 가졌는가.
우선 국민이 용납할지 여부다. 친박계가 끼리 끼리 권력을 나누고 국민 앞에 오만하다고 판단하면 친박 일색으로 라인업을 해도 대권은 물건너 갈 확률이 높다. 박근혜의 대권의지가 강하고 세가 있어도 국민이 등을 돌리면 그만이다. 친박 독식을 보면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도 이런 독식현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다. 총선이후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끼리끼리 행태를 보면 그런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 눈에 그런식으로 비친다면 표심은 고개를 돌린다.
정치는 사람과 사람 간 싸움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풍요속의 빈곤이다. 범생은 많지만 제갈공명 같은 전략가가 없다. 박근혜 대신 총매를 멜 인물도 없다. 김무성 같은 소신파도 없다. 이러니 박근혜 저격수를 자임하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노림수에 당하는 것이다. 정치판을 읽고 대응하는 눈 밝은 사람이 필요하다. 박근혜에 관한 시시비비에 날마다 박근혜가 나설 수는 없이 아닌가.
인력풀을 민주통합당과 비교해 보자. 새누리당에 국무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등 국정 경험자가 있는가. 민주당은 그런 국정 경험자가 많다. 이해찬,한명숙 전총리를 비롯해 박지원,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 장관에다 전직 국회의장 출신 들이 버티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인사가 있는가. 이들이 민주통합당을 리더할 수 있을까. 국정 경험이나 정치수에서 한 수 아래다. 여기에 전술이나 전략도 취약하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박근혜 타킷 공세'에 대해 새누리당의 대응은 초짜 수준이다. 박 위원장에게 정치판만 키우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정보통에다 전략가다 박 비대워원장이 소문으로 나도는 별 것 아닌일도 계속 부채질을 하면 의혹 태풍이 될 수 있다. 이정현 최고가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향해 “박근혜 스토커”라고 비꼬았지만 박 위원장은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네거티브에 대한 전략이 있는가. 누가 이를 총괄해 대응할 것인가. 그런 전략가 책사형 인물이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위원장은 친박계 아닌 인물중에서 능력과 대중성, 전략 전술에 능한 인물을 중용해야 한다. 자신의 추종자만으로 대권을 거머질 수는 없다. 민주통합당의 박근혜 의혹 부풀이조차 제대로 대응 못하는 친박계가 당직을 잡아 본들 무슨 대권에 도움이 되는가. 자기들 권력 잔치 이외에 대권가도에는 쓸모가 없다.
국민은 구태 정치에 신물이 난 상태다. 안철수 바람이 부는 이유도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새누리당이 친박 일색이면 새 바람이 불기는 어렵다. 역동성이 사라진 새누리당을 누가 지지할 것인가. 새누리당의 친박 독식은 박근혜 대선가도에 순풍이 아닌 역풍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소탐대실의 길을 가고 있다. 친박권력 시대는 박근혜에게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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