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의 정보통신부<199>

 

97신규사업권 신청 길목에 살얼음판은 없었다.

 

기업간 치열한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도 없었다. 접수열기는 96년과 비교할 바가 못됐다.

 

96년 신규통신사업자 허가신청서 접수 때는 새벽부터 서류접수를 하러 온 기업체 임직원들로 회의실은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여기에 취재진까지 몰려 전쟁터를 방불하게 했다.

 

그런데 97년의 첫날 접수대 분위기는 1년 전과는 영 딴판이었다 단적인 예가 첫날 접수장 풍경이었다.

 

정보통신부가 97신규통신사업자 허가신청서 접수를 시작한 4월28일 오전 10시.

접수장소인 정통부 청사 21층 회의실. 접수대에서 정통부 직원들이 희망업체들로부터 허가신청서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통부는 접수대에 3명씩을 배치했다.

 

하지만 점심 시간이 지나도 접수 창구는 개점휴업상태였다. 무료할 지경이었다. 이런 모습은 오후 들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누군가 혼잣말로 말했다.

 

“개점 휴업이군”

 

말이 씨가 됐다. 첫날은 공친 날이 되고 말았다.

 

통신사업권 허가 업무를 총괄한 정통부 서영길 정보통신지원국장(티유디이어 사장역임. 현 IGM세계경영연구원장)의 회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강봉균 장관(지경부장관 역임. 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원칙에 철저하셨습니다.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이 있으면 이를 내부에서 검토하도록 지시하셨어요. 한 점 의혹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업자 선정을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97년 통신사업자 선정은 시내전화를 제외하고는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먼저 접수하려고 새벽부터 선두 경쟁을 했습니다. 언론들도 첫 접수기업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고요. 97년에는 과거처럼 앞다퉈 신청서를 제출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최대 관심은 시내전화 사업이었습니다.”

둘째날인 29일. 첫 날과는 달리 오전 10시부터 신청기업들이 몰려 들었다.

 

첫 접수기업은 한국전파기지국관리(주)였다. 이 업체는 접수시작 시간이 10시 이전부터 접수창구 앞에서 대기하다 사업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정통부는 허가신청 서류의 이상유무를 확인한 후 접수증을 발급했다.

 

두번 째는 한솔텔레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APII코리아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경쟁신청 기업을 견제할 필요가 없는 회선설비임대사업과 지역사업자 들이었다. 그런 만큼 신청기업 실무진들의 표정에 긴장감 대신 느긋함이 넘쳐 흘렀다.

 

오후에는 한국야구르트가 주도하는 충남TRS와 디아이가 대주주인 충남텔레콤 등이 잇달아 서률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