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을 이틀 남긴 1998년 5월 29일.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정홍식 정보통신부 차관(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이사장 역임)의 사표를 수리했다. 후임 차관에 안병엽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정보통신부 장관, ICU 총장, 17대 국회의원 역임, 현 KAIST 초빙교수)을 임명했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역임, 현 국회의원)은 “정 차관이 사표를 제출해 김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안 차관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11회)에 합격,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경제기획원 감사관과 공정위 독점관리국장. 재경원 국민생활국장 등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안 차관은 1996년 7월 5일 신설한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초대 실장으로 발탁된 외부 영입인사였다.
김대중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나가 일했다. 정보통신부 복귀 후 1998년 3월 15일 정보통신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품이 합리적이면서 소탈한 외유내강형이다. 그러나 조직 장악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현 변호사)으로부터 차관 내정을 통보받았다.
김 실장은 안 차관에게 “차관으로 내정됐으니 열심히 일해 달라”는 김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배순훈 장관(현 S&T 회장)은 “청와대에서 사전에 안 차관 임명에 대한 의중을 물어와 좋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29일 오후 국무총리실에서 김종필 국무총리서리(국무총리, 자민련 총재 역임)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김 총리서리는 PCS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검찰수사를 의식한 듯 “내부 기강을 바로 세워 지식정보화를 잘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 차관은 임명장을 받은 뒤 곧장 정보통신부로 돌아와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안 차관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21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기점에 서 있다”면서 “지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우리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차관은 이어 “미래를 지향하는 창의적인 자세로 과거의 답습을 벗어나 새로운 각오로 그동안 추진해 왔던 각종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정보통신부는 그해 6월 11일 후속 실·국장 인사를 단행했다.
안 차관이 맡고 있던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에 이교용 정보통신지원국장(초대 우정사업본부장, 프로그램심의위원장 역임, 현 한국우취협회장)을, 정보화기획실장에 변재일 국무총리실 산업심의관(정보통신부 차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역임, 현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이교용 실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75년 행정고시 16회에 합격,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국제행정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프랑스 파리9대학 전기통신 및 정보통신관리학 박사과정과 프랑스 체신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이어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으로 재직 시 한미 통신협상 한국 측 대표로 맹활약했다. 김대중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 근무 후 돌아와 정보통신지원국장으로 일했다.
변 실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75년 행정고시 16회에 합격, 국방부를 거쳐 국무총리실 정무비서관과 산업심의관으로 재직했다.
정보통신지원국장에는 구영보(우정사업본부장 역임, 현 SK텔레콤 고문), 우정국장에는 석호익(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KT 부회장 역임, 현 통일IT포럼 회장, ETRI 초빙연구원), 국제협력관에는 신현욱(부산체신청장 역임), 정보화기획실 정보기반심의관 유영환(정보통신부 장관 역임, 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씨가 각각 임명됐다.
배순훈 장관은 PCS사업자 선정과 관련, 정보통신부 고위관료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진술한 LG그룹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회장 비서실에서 구 회장이 지방에 내려가 전화 연결이 안 된다고 했다. 배 장관은 급한 일이니 곧바로 구 회장과 연결시켜 달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통화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배 장관의 말.
“회장 비서실에서 구 회장과 전화연결이 안 된다고 해요. 구 회장과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장관이 급히 통화를 하겠다는데 연결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인데 통화가 안 된다고 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불쾌했어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모 언론사 사장이 구 회장과 저녁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 왔더군요. 거절했어요. 1년 후쯤 구 회장과 만나게 됐어요. 구 회장이 당시 이야기를 하면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잘못됐다`며 사과를 하더군요. 당시 입장이 난처하니까 전화를 안 받은 거였어요. LG그룹의 간판 전문경영인인 강유식 부회장이 중재에 나서 오해는 풀었습니다만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배 장관이 장관으로 발탁되자 김준성 회장(작고, 한국은행 총재, 경제부총리, 대우통신 회장, 이수그룹 회장 역임)이 조용히 불러 몇 가지 당부를 했다.
배 장관의 회고.
“김 회장이 `절대 기업에서 돈 받지 말라`면서 요주의 업체를 구체적으로 알려줬어요. 극히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장관이 되면 부하들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라. 그러면 필요한 비용을 마련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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