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는 잔득 긴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후보시설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무원 30%를 잘라 낼 것”이라는 속칭 ‘카더라 통신’ 때문이었다.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관가는 숨을 죽였다. 사실이라면 초대형 인사 태풍이었다. 각 부처는 노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동향에 촉각을 곧두 세웠다.
정권이 바뀌면 5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정부조직개편 작업이었다. 역대 정권은 시대상황에 맞게 조직을 개편한 뒤 자신들의 국정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공직자들한테는 생사가 걸린 일이었다.
하지만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노무현 당선인은 조직을 바꾸기 보다는 현행 조직을 최대한 가동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후보시절 "하드웨어 개조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즉, 정부 운영체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을 질타하며 칼질을 하던 과거 정부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과거 인수위는 전 정권 비리나 실정을 파헤치고 심판하는 정치적인 활동이 주류였다.
김영삼 정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행정쇄신위원회를 발족시켜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김영
삼 정부는 5년간 4차례에 걸쳐 조직을 손댔다. 마지막에는 2원14부5처14청으로 개편했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12월 2차 개편 시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했다.
김대중 정부는 IMF 경제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춰 5년간 총 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바꿨다. 출범당시 ‘작고 강력한 정부’를 추구했지만 18부 4처 16청으로 막을 내렸다.
2002년 12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문제와 관련,"현재의 조직을 최대한 가동하겠다"며 정부 조직이 중복되거나 서로 상충되는 경우에도 "두세 번 검토해 필요하면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인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17대 국회의원 역임)으로부터 인수위 관련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이를 공식화했다. 그는 대신 인수위 역할은 “정책 결정이 아닌 검토”라고 명확히 했다.
노 당선인 이낙연 대변인(현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지사 후보)도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다루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게 당선자의 뜻"이라고 전했다.
노 당선인의 조직개편 여부에 모든 안테나를 동원했던 각 부처는 내심 환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03년 1월 18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밤 KBS-1TV `노무현 당선자에게 듣는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1시간 50여 분간 새 정부의 국정기조를 소상하게 설명한 뒤 토론자들과 현안에 관해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노 당선인은 과거 해수부장관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정부조직개편은 인수위에서 하지 않는다. 공무원 조직을 인정하고 개혁 동인(動因)을 찾겠다. 개혁동인은 허리에 있다. 토론을 통해 내부개혁의 동력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 비서진을 참모 형으로 꾸려 대통령과 상시 토론을 펼치면서 보좌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인은 "장관위에 수석비서관이 있는 것처럼, 장관이 두 사람인 것처럼, 수석의 뜻이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혼선을 빚을 수 있어 의사결정이 하향식으로 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의 지시는 장관에게 직접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대통령과 장관사이에 있으면서 장관 위에 군림하며 대통령의 뜻을 들먹이며 각 부처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국정과제를 보좌하는 참모진으로 역할을 제한, 각 부처 정책은 대통령과 장관이 직접 협의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노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IT수석 신설 대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제를 도입했다.
그해 1월 20일.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국정홍보처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역임)은 “행정개혁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청와대에 설치된다”며 “행개위는 부패 없는 행정, 효율적 인 행정,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는 개혁추진의 주체기관”이라고 발표했다.
정 대변인은 "행정개혁을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노 당선인의 의도"라며 "이에 따라 위원장은 전체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장관급 또는 그 이상의 급이 될 "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행개위는 1단계로 정부 각 부처 간 업무조정 작업에 착수하고 이어 2단계로는 부분적 조직개편을 실시한 뒤 3단계는 큰 틀의 정부조직 재편에 나서는 등 단계적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 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바로 정부 기능과 부처의 기능,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연구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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